저녁식사 시간에 마을에 잠깐 정전이 되었다.
한 청년이 직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니 온 세상이 컴컴해서 새벽녘인줄 알고,
팬티 바람으로 냉장고 앞으로 왔는데,
일순간 불이 들어와서 주변이 환해지면서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는 가족들과 마주치게 된다.
훗날 우리가 마주하게 될 하느님 앞에서의 우리의 모습은 이런 것이 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추구하며,
영적인 불이 꺼져 있다고 생각하고 언제나 그것들을 뒤로 미뤄두고 살아왔다.
정전이 끝나고 불이 들어온다는 건,
우리가 육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나라로 온전히 속하게 됨을 의미한다.
헌데 우리는 그 나라에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
어쩌면 팬티 한장 걸치지 않은 채로 있는지도 모른다.
헌데 그 나라에 속하는 민족들은 일찍부터 옷을 정성스럽게 준비해 왔다.
그들의 옷은 '기도, 단식, 자선'이었다.
특히나 미사에 합당하고 거룩하게 참여한 이들은,
그리스도께서 선사하신 새하얀 백의를 선물받아 입고는 찬란히 빛나고 있다.
그 화려한 잔치 속에 알몸으로 들어서버린 것이다.
나이트클럽에 왠 청년이 슬리퍼에 반바지 입고 들어가다가 쫓겨나는 것처럼(청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ㅎㅎ)
우리 역시도 그렇게 준비하지 않고 있으면,
쫓겨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문 밖에서 가슴을 치고 눈물을 흘리고 이를 갈지만...
이미 늦은 일이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그리고 저 쓸모없는 종은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려라. 거기에서 그는 울며 이를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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