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귀들린 아이
딩동~
점심을 먹으러 나가기 직전 대문 벨소리가 울렸다.
두 아줌마가 젖먹이 아이들을 하나씩 안고,
5살쯤 되어 보이는 한 아이를 데리고 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데리고 온 아이가
밤이 되면 포악하게 변하고, 목소리가 바뀌고,
어젯밤에는 진정을 시키려고 성경을 가슴팍에 놓았더니
눈을 희번덕 거리며 해꼬지를 하려고 들더라는 것이었다.
들어오라고 했다.
아이는 세례를 받지 않았고,
엄마도 세례를 받지 않았단다.
돈이 없어서(?) 미처 세례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한다.
성경과 축복 예식서를 가져오고
컵에 물 한 잔을 떠다가 가져왔다.
컴에 담긴 물을 축복해서 아이와 엄마들,
젖먹이들을 축복해 주었다.
그리고 성경을 아이 앞에 들어 보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냥 아이의 모습 그대로였다.
영대를 걸치고 축복 예식서를 펴고
행여 이상한 짓을 할까 아이를 내 품에 꼭 안고는
세례받지 않은 아이의 축복 예절을 펴서 읽어 주었다.
예식내내 아이는 내 시계를 신기해하며 천진하게 놀고만 있었다.
"당장 본당으로 가세요.
그리고 수녀님들에게 전화해 둘 테니까,
수녀님을 찾아서 본당신부 허락이라고 이야기하고
당장 다음달 세례에 등록하세요.
당신 두 아이랑 당신까지두요.
세례 받는데 돈이 무슨 상관이예요.
세례 등록할 돈(25Bs. 받음. 한화 4000원 상당)이 없으면 내가 줄께요.
가만 보니 집구석에 하느님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완전 마귀들의 놀이터구만요.
지금부터 세례 준비하세요.
그리고 세례 받으세요.
지금 아이는 축복을 해 두었으니 조용하겠지만,
나간 마귀가 다른 곳을 찾다가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하면
다시 아이에게 더 지독한 놈들을 데리고 들어오게 될 거예요.
아이가 다시 발작을 시작하면
언제라도 저에게 다시 데려오세요."
이 동네에서는 가끔 일어나는 일이다.
"신심"은 있는데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어난다.
한국은 "과학 사조"가 만연해서,
귀신이나 악마도 믿지 않지만,
그만큼 하느님도 믿지 않기에,
굳이 악마가 설칠 이유가 없다.
행여 설치더라도 바로 '정신병원'행이 될 것이기에
거기서는 더 설쳐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이 곳은 문화적으로 '영적인 존재'와 더불어 살아가기에
그만큼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하려는 어둠의 영들의 활동이 왕성하다.
어디가 더 위험할까?
난 오히려 한국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물질주의, 과학만능주의, 소비주의 등등이 만연하는 한국과
소위 서구 문명은
이제 악마와 더불어 '신'의 존재를 잃어가고 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사제의 성수 축복 한 번에 마음이 바뀌고,
가던 길을 돌이켜 하느님에게 쉬이 돌아온다.
하지만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굳어진 마음이 돌심장이 되어
그 어떤 말도 씨도 먹히지 않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