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스타일에 대한 소고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한 젊은 사제가 최신 유행하는 음악을 개사해서 재미난 뮤직 비디오를 하나 만들었네요.
그래서 어떤 의견들이 오가고 있죠?
-의견이 분분합니다. 청년들의 흥미를 끌어서 천주교에 대한 간접적인 홍보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 또 반대로 성교회의 거룩한 분이 그런 천박한 뮤직 비디오를 만들 수 있느냐는 의견...
그럼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각자 나름의 기준으로 받아들일테지만, 저는 판단하는 건 보류하고 싶습니다. 오직 하느님이 온전히 판단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사태를 객관적으로 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사실 '강남스타일'의 패러디야 세계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지요. 그 가운데 하나의 비디오가 '성당스타일'이란 이름을 달고, 성당의 사람들과 성당을 배경으로 해서 등장했습니다.
패러디나 개사는 사실 이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청년들이 흔히 부르는 '주님의 기도' 노래도 사실 원곡은 eres tu 라는 대중가요에서 나와서, 이를 두고도 말이 많았죠. 하지만 비단 이런 전례에 쓰이는 노래만이 아니라 그 밖에도 대중가요에서 보다 의미를 전하는 가사로 바꾸어 부르는 노래들이 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그런 것들이 크게 비판을 받지 않은 이유는 그저 조용히 자기들끼리 부르면서 즐기고 있고, 그닥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성당 스타일'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의견이 많은 것은 일단은 그 비디오에 흥미를 느낀 성당 사람들이 이리저리 전파하고 다녔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느 꼬맹이가 자기 공책에 낙서한다고 누가 뭐라겠습니까? 하지만 그 공책의 낙서가 세상에 널리 알려져 파장이 커진다면 문제는 달라지겠지요.
일단 인기를 얻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그 젊은 신부님의 조금은 파격적인 사고가 크게 작용을 하였습니다. 저는 그 신부님의 그런 흥겨운 생각에는 박수를 쳐 주고 싶습니다. 하느님도 당신의 자리에 있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 내려오셔서 사람들의 삶을 함께 나누었기에 결국엔 그들을 당신이 오르신 부활의 위치에 올려보낼 수 있었지요. 한국 사회의 '사제'라는 높은 자리에서 청년들에게 한층 내려와서 그들과 한바탕 노는 신부님은 분명 마음이 열린 신부님일테고 적어도 청년들과 교류를 나누는 데 있어서는 참으로 큰 달란트를 지니고 계신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럼 그 이면의 걱정들을 살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행여 그 신부님이 십자가를 흔들며 다니고, 제의를 입고 흥겹게 춤을 추는 것이 가톨릭의 '거룩함'을 깎아 내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뮤직비디오의 원작의 내용이 한 남자의 욕구를 드러내는, 가톨릭 교리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내용인지라 그 원작으로 만들어낸 '성당 스타일'의 모든 것 역시도 그런 어두운 생각들이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하는 걱정들이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여러분들이 보는 건 '교황님이 발표하신 교회문헌'이 아니라는 걸 상기했으면 좋겠습니다. 행여 그 문헌에 오류가 있고 잘못이 있다면 분명히 어느 정도는 심각한 일이 될 수 있지만, 우리 교회가 가르치는 바가 이 비디오 하나로 그렇게 쉽사리 와해되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문제는 이 비디오를 당신의 공동체 사람들에게 한번 웃자고 보여준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확장을 시켜 무작위 대중이 그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분명 천주교라는 것을 거의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마저도 이런 비디오를 통해서 '성당', '신부님'을 접하게 될 수 있을 것이며 그들에게 전해지는 이 가톨릭의 이미지들은 '이런 것'이라는 선입견을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문제시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점에서 오히려 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도리어 이런 신부님의 모습,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리타분한 가톨릭 교회의 이미지를 벗은 신부님의 모습에 폭소를 터뜨리고 더 쉽게 다가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신부님의 모습을 거북하게 느끼는 것은 가톨릭의 전통신앙을 지니셨다고 생각하는 분들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 비디오를 '재미있어' 할 것이며, 서로들 돌려볼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톨릭의 본연에 지닌 거룩함이 세상 사람들의 평가로 깎이진 않는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한때의 유행은 곧 지나가고 맙니다. 교회는 다방면의 여러 시도에 너무 심각한 표정을 지어대며 이건 이래서 안돼 저건 저래서 안된다고 하기보다는,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 보면서, 그 가운데에서 미흡한 부분은 보완해가고 좋은 부분은 살리려는 시도를 해 나갔으면 합니다. 물론 이러한 시도들은 자신이 지닌 신앙의 핵심을 잘 이해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근본도 없는 사람이 이런 저런 시도를 하면 엇나가 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신앙의 근본을 잘 아는 사람, 즉 하늘나라의 진리를 깨달은 율법학자는 곳간에서 헌 것도 꺼내주고, 새 것도 꺼내줍니다.
이 '성당 스타일'의 귀엽고 사랑스런 신부님께 개인적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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