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화덕처럼 불붙는 날이 온다. 거만한 자들과 악을 저지르는 자들은 모두 검불이 되리니, 다가오는 그날이 그들을 불살라 버리리라. ─ 만군의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 그날은 그들에게 뿌리도 가지도 남겨 두지 않으리라. 그러나 나의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르리라. (말라 3,19 - 20)
불은 사물들을 태웁니다. 하지만 단순히 태우지만은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끓이기도 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정련’ 즉 금속과 같은 것들은 더욱 순수하게 만들기도 하지요. 그래서 성경 안에서 불은 여러가지 의미로 쓰입니다. 성령도 이 불의 의미를 차용하기도 하지요. 사도들이 받은 성령은 불 혀 모양으로 내려왔습니다.
‘불붙는 날’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모든 의미의 불이 그 뜻을 충만히 채우는 날을 의미합니다. 즉 쓰잘데기 없는 것들은 태워 재로 변하게 되고, 반대로 길이 남을 것들은 순수하게 변하게 되지요. 말라기에서는 ‘거만한 자들’, ‘악을 저지르는 자들’이 검불이 된다고 표현하면서 그들이 사라질 것을 분명하게 언급합니다. 심지어 그들에게 ‘뿌리’도 ‘가지’도 남겨두지 않겠다고 하니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의 모든 기억과 그들이 남길 수 있는 것들을 모조리 없애 버리겠다는 강한 표현입니다.
그리고 반대로 하느님의 이름을 경외하는 이들은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르리라’고 표현을 합니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번역을 하자면 ‘의로움의 태양이 너희들을 치유의 빛으로 내리쬐리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이름에 믿음을 둔 이들, 그분의 선하심에 의지하고 살아온 이들은 그 동안 세상에서 겪어 온 모든 상처를 온전히 치유받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그 날’은 두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지요. 한 부류에게는 심판의 날이고 두려움의 날이지만, 다른 한 편에는 그들의 의로움이 보상받는 날이 되는 것입니다.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한 이에게 시험은 자신의 능력을 뽐내는 날이 되지만, 반대로 그 어떤 준비도 하지 않은 이에게 시험은 자신의 게으름을 심판받는 날이 되는 것입니다.
과연 우리의 마지막 날, 즉 불붙는 날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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