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분부를 받은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루카 17,9)
분부를 받는 것으로 기쁨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분부를 내리시는 분이 누구이신지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에게서 분부를 받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상급’을 바랍니다. 이 정도 했으니 그에 마땅한 댓가가 있기를 바랍니다. 이는 하느님 밑에서 일한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를 대상으로 거래를 한 사람에 불과합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그분에게 순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동등한 지위의 누군가, 혹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향해서 일종의 거래를 맺는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위치를 올바로 파악해야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과 감히 거래를 맺을 존재가 되지 못합니다. 우리는 전적으로 그분에게 종속된 이들일 뿐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런 표현, ‘종속’이라던지 ‘순명’과 같은 표현은 구시대의 유물처럼 받아들여집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를 드높이고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싶어하지요. 본인 스스로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본인의 능력을 벗어난 것을 함부로 넘나보는 것은 교만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지닌 생명을 보살필 수는 있지만 생명을 만들어 내지는 못합니다. 더군다나 우리는 영원한 생명 앞에서 무능력한 사람들일 뿐입니다. 오직 하느님만이 그것을 허락하실 수 있을 뿐입니다.
나아가 우리는 하느님의 선과 공정을 신뢰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분의 명에 순명해야 하며 그분께서 모든 것을 옳게 하신다는 믿음을 지닐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하느님의 뜻에 순명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언제나 ‘겸손’을 잃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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