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루카 12,49)
예수님을 만나는 것이 우아하다고 착각하지 마십시오. 예수님은 불을 지르러 오신 분이십니다. 그분이 지르는 불이 붙으면 사람은 타오르게 됩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신앙을 허울좋은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착각합니다. 신앙을 지닌다는 것이 우아한 성전에서 미사보를 쓰고 기도 드리고, 예쁜 묵주알을 굴리며, 나와서는 본당 근처 커피숍에서 우아하게 수다를 떠는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닙니다. 신앙은 치열한 것이며 영적 전쟁과도 같습니다. 다만 우리의 무기는 세상의 무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요. 우리의 무기는 진실과 선, 정의와 사랑과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갑옷은 겸손과 온유, 인내와 절제이지요.
우리는 이런 무기와 갑옷을 챙겨 입고서 세상에 싸우러 나가는 것입니다. 세상은 우리가 자신들과 한통속이 되도록 노력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멀리하고 우리의 이기심에 사로잡혀 시기, 질투, 탐욕, 분노, 증오와 같은 것들을 잔뜩 발휘하도록 하지요. 그런 세상에 대응해서 우리는 우리를 지켜야 하고 또 그에 맞서서 선의 씨앗을 뿌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명을 수행하는 이들은 ‘불’에 타오르게 됩니다. 그 불은 하느님의 거룩한 불이고 열정입니다. 즉 성령의 불이지요. 그리고 이 성령의 불은 우리에게 십자가를 가져오게 됩니다. 그 이유는 너무나 간단합니다. 어둠에 빛을 비추면 어둠은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빛을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그 모든 것이 ‘십자가’로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지요.
그러나 세상에는 그렇게 용기있는 자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저 적당하고 편안한 것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요. 그런 이들은 불편함을 감수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주 작은 불편함이 다가와도 곧잘 투덜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평화가 없습니다.
훗날 우리는 불의 시험을 통과하게 됩니다. 그리고 헛된 것들은 모조리 사라지게 됩니다. 우리가 영원할 것처럼 아끼고 보듬어 왔던 것들이 불을 통과하면서 사라지게 됩니다. 반면 영원 속에서 남아 있을 것들이 존재합니다. 그러한 것들을 추스린 이들은 그 보물들과 함께 영원히 남게 될 것입니다.
들을 귀 있는 사람은 알아 들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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