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루카 14,11)
자신을 높이는 일은 누구나 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서도 자신을 높이는 모습을 찾아내곤 합니다. 서로 가진 장난감을 자랑하면서 남보다 높아지려고 애쓰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그리고 이런 어린 시절의 모습은 단지 외적인 차원만 변화되어서 그대로 어른들에게도 드러납니다. 서로 가진 것들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드러내려는 허영심으로 작용하는 것이지요. 똑같은 쓰임새의 제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유명하고 이름값을 하는 무언가를 고르는 이유는 남들에게 드러내기 위함입니다. 신제품을 자랑하고 신상 구두를 자랑하고 나중에는 남편의 재력을 자랑하고 훗날에는 자식 자랑을 하는 것은 우리들 사이에서 흔히 보이는 모습이지요.
이처럼 우리는 남들보다 더 나아지려는, 더 높아지려는 움직임에 아주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 반대의 움직임, 즉 ‘낮아지려는 움직임’에 서투릅니다. 우리는 어떻게든 높아지려고 하는 데에 익숙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자신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의식적으로 시도하는 일은 중요한 것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우리의 내면에 달려 있습니다. 이미 마음으로 낮은 사람, 즉 겸손한 사람은 절로 그 겸손이 외적인 모습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마음이 아직 낮아져 있지 않은 사람이지요. 그런 이들은 외적인 낮아짐을 통해서 내적인 낮아짐에 이르러야 하는 것입니다.
혹자는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높아지려고 낮아지는 체 하는 것은 가식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면 낮아짐의 구체적인 실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진정으로 가식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살짝 낮추면 다른 이들이 얼른 높여 준다는 걸 알고 그런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 순간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높아지려는 의도를 애써 억누르는 것, 나아가서 낮은 자리를 스스로 찾는 것은 내면의 낮아짐을 훈련하는 좋은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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