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간단합니다. ‘복음’을 전하는 일입니다. 복음은 곧 기쁜 소식이고, 사제들이 전하는 소식은 기쁜 소식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기쁨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어서 기쁜 것입니까? 아니면 외모가 아름다워져서 기쁜 것입니까? 아닙니다. 그것은 찰나적인 쾌락거리들에 불과합니다. 진정한 기쁨은 내적인 것이고 안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올바른 방향에 머무를 때에 느끼는 내적 고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제대로 되어가고 있을 때에 느끼는 평온함이지요.
물론 이런 내적 고요를 지녔다고 해서 외적으로 그 어떤 하등의 문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외적으로 문제는 더 많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우리가 하느님의 뜻 안에서 모든 것들을 분별하고 그것들을 순차적으로 처리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에서 비롯하는 내적 평화는 외적인 문제와 상관없이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둠의 영들의 공격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그들은 외적인 사건을 뒤흔들어 내적인 면을 공격하려고 합니다. 주변에 자꾸 힘든 일을 조성해서 결국 그가 내적으로 흔들리게 만들어 버리지요. 그래서 사제 주변에는 시끄러운 일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안에 숨겨진 움직임을 읽어내고 그에 적절히 대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응하려 들다가는 결국 내면의 평화를 잃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사제는 무엇보다도 기도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우리를 내적 평화로 이끌어주는 으뜸이야말로 기도일 것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기도는 단순히 시간이 되어 반복하는 기도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도는 진실한 하느님과의 대화를 의미합니다. 하느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 배워 아는 것이지요. 그리고 ‘나의 뜻’을 그분의 뜻 앞에 내려 놓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가 툭하면 올라오는 우리의 욕구들을 올바로 제어할 수 있기만 해도 큰 유혹에 빠져 내적인 평화를 잃어버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에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마구 내버려두게 마련이고 그러한 욕구들은 결국 우리를 죄로 이끌어갑니다. 돈, 명예, 권력, 이성 등등의 욕구들은 결국 우리를 그러한 것들 앞에서 무너지게 만드는 것이지요.
사제들은 영적인 아버지로서 이러한 내적인 면모를 잘 살피고 올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의 본질적인 사명인 복음 전파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복음, 기쁜 소식에 목말라합니다. 사람들은 새로 지은 새끈한 건물이나 의미 없는 숫자 증가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하느님을 만나고 싶어하고 그래서 사제를 찾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줘야지요. 우리는 하느님을 드러내어야 하는 직무를 지닌 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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