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루카 11,29)
우리가 원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표징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 안에 깊이 숨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을 보고싶다’는 마음입니다. 즉, 우리의 ‘이기성’이 숨어 있지요.
표징은 주어졌습니다. 하느님에 의해서 주어졌습니다. 물론 볼 수 있는 표징으로 드러났습니다. 바로 사람의 아들이었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보고서도 믿지 못했습니다. 그가 하는 말을 듣고 그가 실천하는 삶을 보았지만 여전히 그를 올바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그가 표징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받아들일 마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피흘리는 성상을 보고, 눈물 흘리는 동상을 보면서 사람들은 언뜻 감동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이 원하던 호기심의 욕구를 채우고 스스로의 함정에 빠져들어가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실제의 표징은 그런 이상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삶 안에, 내 삶의 주변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의 얼굴에서 하느님을 찾지 못하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하느님을 찾겠다는 말입니까? 내 배우자의 수고로움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지 못하는데 세상 그 어떤 곳에서 하느님의 성실함을 찾겠다는 것입니까? 그렇게 우리의 마음은 전혀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엇나간 마음들을 향해서 어둠은 언제나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외적 표징을 찾는 이들은 결국 자신의 이기성을 추구하는 자들입니다. 예수님 말고는 다른 표징이 없습니다.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 그리고 부활하신 그분 말고는 다른 표징은 없을 것입니다.
이 세대는 악한 세대입니다. 예수님을 바라보지 않고 다른 것들을 바라보며, 또 예수님을 보아도 그분의 참된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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