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에서 스승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힌 베드로는 '행복하다', 복되다는 칭찬을 듣습니다. 하지만 성경을 조금 읽어본 분들이면 알고 있듯이 그 직후에 베드로는 '사탄'이라는 소리까지 듣습니다.
베드로는 과연 누구일까요? 복된 사람일까요? 아니면 사탄일까요?
예수님은 복음에서 베드로라는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운다고 선언하십니다. 그리고 저승의 세력도 이기지 못하리라는 약속을 주시고 하늘 나라의 열쇠까지 약속하십니다. 이는 하나의 약속으로 베드로는 약속을 받은 이 순간부터 시작해서 그 과업을 이루어 나가는 여정을 시작한 셈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알듯이 베드로는 스승을 3번이나 모른다고 배반하기도 또 3번의 사랑 고백을 하기도 합니다.
흔히 사제가 되면 '완성'된 것인양 착각을 합니다. 하지만 사제도 매일매일을 하느님을 목적지로 여행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는 복된 사람이기도 또 하느님의 뜻을 가로막아 사탄에게 기쁨을 줄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은 환히 열려 있는 셈입니다.
정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큰 죄를 지으면 하느님에게서 잘려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여전히 길은 열려 있습니다. 그는 다시 회개하여 하느님께 돌아올 수도 아니면 자신이 저지른 어둠에 파묻혀 멸망의 길을 걸을수도 있습니다.
주님에게는 불가능이 없습니다. 저 높은 산도 무너뜨릴 수 있고 저 깊은 심연에서도 일으킬 수 있는 분이 하느님이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는데, 하느님께서는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녀들을 만드실 수 있다. (마태 3,9)
사실 원래의 하느님의 백성은 유대인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주님을 거부했고 하느님은 약속하신 대로 '돌들'에서 교회를 일으키셨습니다. 그 모퉁잇돌이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그 반석이 베드로가 된 셈입니다. 베드로는 '되어 가는 사람'이었고 자신의 과업을 완수했습니다. 교회는 자신에게 주어진 약속을 훌륭히 수행하여 교회는 그 반석에서 싹터 나와 지금껏 유구한 세월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이 완료된 것이 아닙니다. 교회는 여전히 거룩하고 하나이고 보편되고 사도로부터 이어내려 오지만 우리 각자의 성전은 오늘도 여러가지 부르심과 유혹에 열려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베드로처럼 이미 약속이 주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수난을 따라 하느님의 사랑의 계명을 지키고 살면 부활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주님의 길을 방해하는 자가 되어 사탄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멸망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지금이라는 이 시간은 우리가 주님의 뜻을 이루는 시간으로 하느님에게 선물된 시간입니다. 베드로는 자신에게 주어진 여정을 충실히 걸었고 그 표양을 남겼으며 이제는 우리에게 그 길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가능한 많은 열매를 맺어 여전히 세상에서 신음하고 구속되어 살아가는 이들에게 신앙을 선물해서 그들을 풀어 하늘에서도 풀린 사람으로 살아가게 도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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