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수많은 참된 신앙인들은 권력가의 폭력 앞에 무수히 희생당해 왔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수두룩합니다. 기본 예수님의 사도들은 요한 사도를 빼고는 모두 순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말씀의 힘에 기대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은 결국 죽음으로 점철되는 것이고 패배하는 것일까요? 하지만 오늘 독서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오늘 내가 너를 요새 성읍으로,
쇠기둥과 청동 벽으로 만들어 온 땅에 맞서게 하고,
유다의 임금들과 대신들과 사제들과 나라 백성에게 맞서게 하겠다.
그들이 너와 맞서 싸우겠지만 너를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내가 너를 구하려고 너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예레 1,18-19)
현실과 동떨어진 말처럼 들립니다. 앞서 말했듯이 참된 신앙인들은 희생되기가 일쑤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헛된 말을 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말의 '진의'를 올바로 파악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장'해 주시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너와 맞서는 이들이 너를 당해 내지 못한다.
2. 너를 구한다.
3. 너와 함께 있겠다.
1.
사람을 죽인다고 해서 '진리'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둠의 발작 속에서 진리는 빛을 발합니다. 악인들이 힘으로 의인을 내리누를 수 있고 죽여버릴 수 있지만 결국 그런 악인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의인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더라도 그가 지닌 고결한 삶의 자취는 남아서 사람들에게 기억됩니다. 영원히 남는 것이 최종적인 승리를 차지합니다. 이 지상에서의 잠깐의 승리에 속아넘어가지 마십시오. 어둠은 빛을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빛이 다가오면 어둠이 물러나게 마련이고 의인의 죽음을 야기한 악인들은 진정한 빛이신 분의 도래 앞에 사라져 버릴 운명입니다. 그러니 진리를 지닌 이들에게 맞서는 이들은 그 진리를 당해내지 못합니다.
2.
하느님은 의인을 구하십니다. 물론 이는 현세 안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곤란함에 사로잡혀 있던 이가 알지 못할 신기한 이유로 그 곤란함에서 벗어나기도 합니다. 엉뚱한 모함에 시달리던 의인에게 생각지도 않은 기회로 그 모함을 하던 이가 숨긴 의도가 드러나게 되고 그 모함에서 해방되는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함'의 의미는 보다 영원에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 신앙인의 '구원'이라는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현세적 구원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영원 안에서 구원을 얻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의인에게 그 구원을 선물해 주십니다.
3.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정말 하느님이 계신가 의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약속은 일찍부터 주어져 있었고 하느님은 약속을 어기시는 분이 아닙니다. 우리는 때로 우리의 모든 수발을 들어주는 형태의 하느님의 현존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마치 머리와 발이 거리가 멀지만 발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머리가 그대로 느끼는 것과 유사합니다. 우리가 의로움과 진리 안에 머물러 있는 동안 하느님과 같은 신경계로 연결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느끼는 괴로움과 고통을 당신은 알고 계십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비슷한 질문에 봉착합니다. "알고 계시는 분이 왜 가만히 계시는가?"
그리고 오늘 복음이 등장합니다. 세례자 요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그는 의로움을 말하다가 옥에 갇히고 온갖 악한 이들의 칼춤에서 결국 순교를 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그리고 죽어가는 그의 곁에 하느님은 없는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요한의 이야기를 되새길 수 있는 이유 자체 안에 답이 있습니다. 그 모든 이야기를 서술하면서 그 누구도 헤로데의 삶을 부러워하거나 헤로디아의 증오를 닮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히려 진리를 이야기하고 처절하게 죽어간 세례자 요한에게서 우리의 신앙의 여정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날에도 악은 승기를 쥔 듯 보입니다. 끊임없이 야기되는 전쟁과 살인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오늘입니다. 하지만 속지 마십시오. 우리가 진리를 굳게 쥐고 있는 동안 악은 우리를 당하지 못하며, 하느님은 의인을 반드시 구하시고, 비록 우리가 감각적으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하느님은 우리와 늘 함께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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