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는 주님과 함께 말씀을 나누어
자기 얼굴의 살갗이 빛나게 되었으나, 그것을 알지 못하였다.
탈출 34,29
자신이 가까이 하는 것에 영향을 받게 마련입니다. 똥간에서 노는 사람은 똥냄새가 나게 마련이고 향수병을 만지작거린 사람은 향수 냄새가 나게 마련입니다. 영혼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 아무리 거룩한 복장을 해도 영혼이 세속 가까이 머무르면 세속의 냄새가 나게 마련입니다. 반대로 외모가 아무리 초라해도 하느님의 거룩한 신앙 안에 머무르는 이는 영혼이 빛나게 됩니다.
사실 사람의 외면은 내면의 상태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마음이 안정된 사람과 불안정한 사람의 외면은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영혼이 안정된 사람은 외견으로도 편안함을 드러냅니다. 반대로 영혼이 불안한 사람은 외적으로 그것을 좀처럼 숨기지 못합니다. 영혼이 불안한 사람이 다른 이에게 영적 도움을 준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간혹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저 자신의 영혼도 어찌하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조언자로 나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소경이 소경을 끄는 셈이고 결국 둘 다 벼랑으로 추락하게 됩니다.
우리가 연예인을 스타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들의 인기가 빛나 보이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가 ‘빛’이라고 느끼는 것은 비단 물리적인 차원의 빛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영적인 가치 안에서도 빛을 감지하는 영혼을 지니고 있습니다. 영혼이 무척이나 선하고 정돈된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마음을 밝혀주는 좋은 책을 읽게 되면 우리는 영혼이 밝아지는 빛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꾸준히 그런 만남을 지속한다면 결국 우리의 영혼에서도 비슷한 빛이 시작되게 됩니다. 사람은 자신이 꾸준히 함께 하는 것을 닮아가기 때문입니다.
모세의 얼굴은 빛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느님과 마주하는 존재들은 모두 하느님을 닮아가기 때문입니다. 사실 마음이 어두운 사람은 하느님에게서 벗어나고자 애를 씁니다. 마치 벌레들이 빛을 보면 더욱 어두운 곳으로 숨어드는 것과 같이 마음이 어두운 사람은 하느님의 빛을 피해 더욱 어두운 곳으로 파고듭니다. 반대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분의 빛을 조금 더 누리고자 더 밝은 빛으로 나아옵니다.
빛은 영혼의 어두운 구석을 밝히고 우리 가운데 어디가 어두운지를 명확하게 드러내어 줍니다. 그러다보니 빛을 더욱 가까이 하는 사람은 자신의 어두움을 더욱 잘 정화하고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렇게 그는 더욱 밝은 영혼을 지니게 되고 그 영혼의 빛은 외견에까지 영향을 미쳐 그의 얼굴은 빛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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