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디에?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 보았으면 한다.
저 위에 찬란한 태양이 있고, 그 태양의 후광을 입은 한 남자가 서 있다.
그 남자는 팔을 벌리고서 우리 모두를 자기에게로 초대해 불러올리는 동작을 취한다.
그리고 그 한참 아래에 땅이 있고 땅 위에 오밀조밀 사람들이 몰려있다.
누구는 땅에 가만히 서 있으면서 땅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누구는 눈을 올려뜨고 태양을 바라보지만 눈이 부시어 손으로 빛을 가리고 있다.
누구는 남자를 바라보고 힘껏 껑충껑충 뛰어보지만 역부족이다.
누구는 흙을 긁어모아 남들보다 솟아나 있지만 역시 그 남자에게 닿기에는 한참 멀었다.
그 가운데 떠오르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는 떠오르는데 뭔가 성이 가득 난 시꺼먼 사람에게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한 형상이고,
누구는 한껏 높이 솟아오른다.
그리고 누군가는 비로소 그 남자의 발치에 가 닿는다.
그 뒤로는 빛이 너무나 찬란하여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땅 속이다.
빛이 없다.
누구는 발목까지 땅에 잠겨 있는 상태이고,
누구는 그런 잠겨있는 부분을 누가 다가와서 파내고 있다.
누구는 팔 하나만 밖으로 걸쳐져 있는 상태로 온 몸이 들어가 있고,
누구는 아예 땅 속으로 떨어지고 있다.
또 다른 누구는 앞서 나온 성이 가득 난 시꺼먼 사람에게 붙들려 내려간다.
그리고 저 아래에는 빛이 없어서 역시 보이지 않는다.
설명이 필요할까?
태양은 하느님이고 그 남자는 예수님이다.
사람들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시꺼먼 사람은 악마를 뜻한다.
땅이라는 것은 우리 의지가 작용하는 부분으로 우리는 땅에서 하늘을 향해 뛸 수도,
덕이라는 흙바닥을 쌓아 남들보다 높이 올라갈 수도 있다.
반면 우리의 의지로 땅을 파고 몸을 담글 수도 있다.
땅을 유심히 관찰하는 사람은 세상 것에 호기심이 대단한 이들을 말한다.
땅을 파고들어가 몸을 잠근 이들은 세상의 유혹에 빠져 죄를 범한 이들을 말한다.
발목 정도는 금방 나올 수 있는 소죄이고,
팔 하나만 걸친 채 온 몸이 잠겨 있는 이들은 보다 심각한 죄,
그리고 아예 땅 속으로 떨어지는 이들은 죽을 죄를 범한 이들이다.
이 모든 것은 그저 나의 상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것이 영적인 실존이라면 당신의 위치는 어디인가?
사실 어둠에 잠긴 이들은 이 비유를 분석할 의지조차 없다.
그리고 사실 자신의 뚜렷한 위치라는 것은 없으니,
바로 이 순간에 당신이 가던 어둠의 길을 버리고 하느님께로 돌아선다면
당신은 땅을 파고 밖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제 아무리 덕의 언덕을 높이 쌓아도,
어느 순간 포기를 해 버리고 어둠을 향해 마음을 돌리면
당신은 당신이 쌓아놓은 덕의 땅을 파고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당신의 위치는 어디인가?
그리고 어디로 가고 싶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