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병자들을 모아서 미사를 드렸다.
미사를 시작하면서 부탁을 드렸다.
우리들이 믿는 '전능하신' 하느님께 온전히 신뢰하라고
그분은 모든 걸 하실 수 있으니
당신이 원하면 무엇이든 일어날 거라고.
다만 우리의 의지를 하느님께 맞추라고,
전능하신 분께서 원하시는 일은 일어나지만
우리가 원하는 일이라도 그분이 원하시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을 거니까
그분의 뜻에 우리의 뜻을 봉헌해 드리자고 청했다.
그리곤 미사를 시작했고, 준비된 강론을 해 드렸다.
미사를 마치고 신자석으로 내려가 한분 한분 정성스럽게 안수를 해 드리는데
한 분이 울음보를 터뜨리셨다.
나는 그 분이 왜 우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분은 자신의 어두움을 용서받았고,
그로 인해 기쁨과 평화를 되챶게 될 것이다.
미사가 끝나고 간단한 다과를 나누고
잠시 눈이 먼 한 할머니가 차에 올라타시기까지 부축해 드릴 기회가 있었다.
"할머니 오늘 미사 좋았어요?"
"응 좋았어. 작년에도 했는데 좋았고 또 했으면 좋겠어."
(아마 올해 초에 한 일을 작년으로 기억하고 계신 듯 했다.)
"네, 앞으로 또 하게 될 거예요."
두 보좌 신부님들이 모두 차를 몰고 나서서 도와 주셔서
그렇게 한분 한분 차로 실어다 집으로 모셔다 드렸다.
미사를 마무리하면서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여러분은 하느님 가장 가까이,
십자가의 예수님 가장 가까이 머물러 있는 이들입니다.
그리고 그 십자가의 축복을 받고 있지요.
우리는 언젠가는 죽을 몸들이니
여러분들의 영혼을 하느님께로 향해서
여러분들의 고통을 봉헌하십시오."
고통은 그저 고통스러이 겪기만 하면 괴로움일 뿐이지만,
자발적으로 봉헌하면 세상의 악을 치유하는 약이 된다.
혹, 여러분들도 이런 저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면,
하느님에게 봉헌하려는 마음을 지녀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