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가 없다고 믿는다면 그런 세상을 살아가면 됩니다. 그들은 나름의 질서를 구축하고 살아가겠지요. 좀 더 나은 삶에 대한 저마다의 의견을 서로 충돌시켜가면서 살게 될 것이고 거의 대부분은 '힘의 다툼'으로 끝나게 될 것입니다. 더 강력한 이가 권력을 쥐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세상의 질서를 힘없는 이들이 따르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구요.
반면 창조주의 존재를 수용하는 이라면, 그리고 그 창조주가 가장 전능하고 선하신 분이라는 것을 기본적으로 신뢰하는 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입니다. 그가 만든 세상 안에서 살아가고 우리 역시도 '창조된' 이라면 그분의 뜻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당연히 뒤따라야 마땅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사람들이 온통 뒤섞여 살기 때문에 하느님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를 지니는 이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들어높이며 서로 의견다툼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들은 그런 '분쟁'이나 '논쟁'에 휘말려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시간낭비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분명히 현존하는 세상 안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걸음이 필요합니다. 그분의 질서를 하나라도 더 알고 하루를 살면서 하나라도 더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나는 잘 모르겠으니 도와 달라고 하는 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유익한 일입니다.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누군가가 채워 주기를 기다리기에 우리가 줄 수 있는 참된 믿음과 희망을 전해주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확고히 믿는 '신념'을 바탕으로 우리를 공격해 들어오는 이들과는 공연한 시간낭비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길을 가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면 됩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이들이지 '모든 것을' 감싸안고 바로잡을 수 있는 능력 같은 것은 없습니다. 때로는 '착함병'에 걸린 이들이 스스로의 도덕적 우월감을 바탕으로 차분히 자신의 신앙을 성실히 챙기는 이들을 낮춰보고 무시하면서 모든 이를 돕겠다고 나서다가 도리어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현재를 올바로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함께 가자고 초대하는데 싫다고 자신의 길을 우기는 사람은 그냥 제 길을 가게 두면 됩니다.
누구든지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거든, 그 집이나 그 고을을 떠날 때에 너희 발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 (마태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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