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모르는 상태에서 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요? 간단하게 대답하면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답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니까요. 죄를 짓기 위해서는 그 죄의 존재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하고, 또한 나의 의지가 분명하게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이상은 죄스런 행위가 드러난다 하더라도 그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물을 수 있습니다. 정말 그는 아무런 탓도 없이 그런 죄스런 행위에 가담하게 된 것인가? 바로 여기에 우리의 의문의 핵심이 존재합니다. 물에 빠져 죽었다면 물가에 다가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물에 빠져 죽게 될 의도는 없었다 하더라도 물가에 다가서지 말라는 표지를 무시했을 가능성은 존재하는 것이지요.
바로 이것이 우리에게 훗날 되물어지게 될 책임의 근본입니다. 비록 심각한 죄 그 자체의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을지 몰라도 그런 심각한 죄에 다가서게 된 계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우리는 일상 안에서 ‘이정도 쯤이야’를 반복해서 실천하다가 결국에는 심각한 잘못에 빠져들게 되는 것입니다.
또 하나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과연 우리는 몰라도 되었나?’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 있고 마땅히 배워야 할 것이 있는데도 우리가 그것을 소홀히 해서 그 죄에 빠진다면 우리는 우리가 마땅히 배우고 익혔어야 할 그 ‘책임감’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입니다. 의사가 자격증을 따긴 했는데 사람을 수술할 줄 몰라서 수술대에 놓인 사람을 죽게 놓아 두었다면 그것은 분명히 그에 상응하는 지식을 갖추고 있었어야 할 의사의 탓이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세상의 무언가를 얻고 나면 그것을 잘 쓰기 위해서 그것에 대해서 열심히 배웁니다. 헌데 우리는 우리가 얻게 된 신앙에 대해서 어떤 책임감을 지니고 있을까요? 과연 그것을 잘 배워서 올바로 쓰려고 할까요? 아니면 마치 필요없는 물건을 샀다는 듯이 창고 한 구석에 처박아두고 있을까요? 적지 않은 신자들이 자신들의 소중한 신앙을 엉망으로 다루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세상의 지식과 정보는 하루하루 습득을 하지만 신앙인으로서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은 너무나도 소홀히 하고 말지요.
몰라서 그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르는 것을 향해서 다가선 우리의 책임과, 마땅히 알았어야 할 것에 대해서 전혀 준비해 두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우리는 질 줄 알아야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