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성지순례를 간다고 할 때에 우리는 그 말의 올바른 의미를 잘 새겨 들어야 합니다. 성지순례의 참된 뜻은 그 성지를 방문함으로써 그 성지에서 살고 죽은 성인들의 거룩함을 본받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헌데 그 본래의 의미를 제대로 살려 성지를 방문하는 이는 사실 많지 않습니다.
성당마다 하는 성지순례에는 '봄소풍', '가을소풍'의 개념이 많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전부인 경우도 있지요. 그래서 버스 안에서 묵주기도도 바치고 성지에 가서 미사도 하는 등 '성지순례'의 구색은 외적으로 갖추려고 하지만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목적은 '소풍'이 주가 되는 것이고 그것으로 성지순례의 성패가 좌우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선조 신앙인들이 고해성사를 하기 위해서 밤을 꼬박 새워 걸어다녔던 길을 버스를 타고 순식간에 이동하면서 버스 안의 냉풍기가 작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물론 버스의 냉방 시스템은 버스 회사에서 관리를 잘 해야 하겠지만 제가 말하려는 핵심은 그것이 아니지요. 우리가 성지순례를 가는 근본 마음 자체를 말하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안락에 대한 추구와 육적 쾌락에 대한 욕구가 교묘히 숨어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성지 순례를 가고 또 가고자 할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성지 순례 '상품'을 만들어내고 또 소비자인 신자들은 그것을 열심히 소비해대는 것입니다. 더 멀리 더 화려한 곳으로 더 재미나게 다녀오는 것이 주가 되고 갈수록 '성지'와 '순례'의 본질은 심각하게 훼손되어 버리고 맙니다.
만일 여러분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지금 머무르시는 곳에서 바로 성지순례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성인들이 살아간 마음으로 일상을 대하고 성인들이 살아간 태도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사명을 훌륭하게 처신한다면 우리 스스로가 성인이 되는 것이고 우리가 머무는 곳이 성지가 되어 버릴 것입니다. 성지 나고 성인 난 것이 아닙니다. 성인 나고 성지가 난 것입니다.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 우리가 머물렀던 모든 장소를 성지로 만들어 버려야 합니다. 물론 훗날에 사람들은 우리가 다닌 길을 '관광코스'로 개발해 버리고 말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그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돌아가는 것입니다.
댓글
냉담후 처음으로 성지순례란것을 가봤거든요
유년시절엔 성지순례의 성지도 모르고 선생님을 따라다닌 기억밖에는~
마냥 들뜬 어린아이마냥 ㅠㅠ
말씀대로 구색을 갖춘 순례길이긴하였으나 최양업신부님의 행적을 기리며 거룩한 성인들의 순교를 생각하면서기회가 된다면 그땐 친한분들과 조용하게 오리라하고 약속하며 마치긴 했었어요
겨우 공휴일 하루를 쉬는데 그 시간을 성지순례에 희생하였다는 생각을 하니 고개가 숙여집니다
너무 생각없이 첨으로 간것에만 집중하다보니 정작 거룩하고 진정성있는 순례를 행하지않았다는 점에서 반성해봅니다 꼬집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