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시절 '작업' 시간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신학생들이 수가 많았기 때문에 신학생들이 신학교를 가꾸는 작업들에 동원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작업의 종류는 다양했지만 자주 했던 일은 신학교 정원에서 자라는 잡초를 뽑아내는 일이었습니다. 잡초를 뜯다 보면 때로는 그 뿌리가 어마어마한 것에 놀라곤 합니다. 그리고 그런 커다란 잡초를 뜯다가 잔디도 같이 뜯기는데 잔디는 위에서는 저마다 작은 풀처럼 솟아나 있지만 아래에서는 서로 강한 줄기로 연결되어 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서로 강하게 연결된 잔디처럼 우리 역시도 한 주님에게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들입니다. 목자가 양들을 안다는 것은 그 내적인 유대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마치 우리 발가락과 손가락이 우리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는 것처럼 하느님을 믿는 이들, 예수님을 사랑하는 이들은 아버지와 그리고 우리의 목자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 (요한 10,14) 젊은 시절 술자리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때에는 그렇게 밤늦게 모여서 서로 우정을 다지는 것이 엄청 중요한 일이었고 그렇게 형성된 우정이 영원히 이어지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삶의 터전이 달라지면서 몸이 멀어지면 자연스레 마음도 멀어졌고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오늘 처음 만나도 평생을 만나 온 것 같이 마음이 이끌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비록 사는 곳이 다르고 출신지도 다르고 모든 것이 다르지만 내면 속에 같은 떨림, 진동을 공유하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의 같은 양들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성당 사람이라고 모두 같은 양 떼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다단계를 하면서 그 수단으로 성당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세속적 목적으로도 얼마든지 성당을 다가서는 사람은 있습니다. 목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아듣는 이라야 한 목자 아래에 있는 한 양 떼가 될 것입니다. 그런 이들 가운데에는 아직 교회의 울타리 안에 들어오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