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라고 하면 신자들은 대부분 사제 성소나 수도자 성소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할 성소는 어찌보면 결혼 성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교회의 7성사 가운데에는 친교에 봉사하는 성사로 혼배와 성품 성사가 있습니다. 사제나 수도자가 되는 것만이 성사, 즉 거룩한 일이 아니라 혼인 생활을 잘 이끌어 나가는 것도 거룩한 일입니다.
혼인이 성사인 이유는 그것이 부르심 받고 응답하는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즉 개개인이 서로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신앙인으로 이 땅에서 완수해 나가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혼인 생활에는 좋은 것만이 있을 수 없습니다. 혼인 생활은 배우자가 죽음으로써 마무리되기까지 지고 가야 하는 거룩한 사명인 것입니다.
베드로는 성령 강림 이후에 자신에게 주어신 소명을 이행합니다. 오늘 독서의 그의 말 안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착한 일을 하고 사람이 어떻게 구원받는가' 하는 문제로 인해서 법정에 서고 신문을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감옥에도 갇히고 박해도 당하는 것을 마치 당연한 일로 여깁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주님도 그와 같은 처지를 당하셨기 때문입니다.
현대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 풍조가 있고 자녀를 출산하는 것을 꺼리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계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지금의 사회는 여러가지 면에서 가정을 꾸리는 것을 쉽지 않은 일로 만드는 이유들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혼인 성소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혼인은 신앙 안에서 주어지는 일종의 소명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뜻에 동참하고자 애쓰는 이는 어떻게든 이 소명을 받아서 살아갈 것입니다.
혼인은 단순한 애정의 끌림이나 현실적인 계산이 아닙니다. 신앙인에게 있어서 혼인은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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