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관계'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내가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일단 나를 낳아준 존재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에 우리는 그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부모'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들 알고 있습니다. 세상은 낳아준 부모가 있는가 하면 길러준 부모도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시선을 더 넓히면 다음과 같습니다. 근원적으로 '인간'이라는 고차원적인 존재를 낳아주신 분은 하느님이시라는 진리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또한 세상에는 우리가 취사선택할 수 있는 관계가 있습니다. 흔히 '친구'라고 부르는 이들입니다. 이들은 살아가면서 내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도 있고 내가 의도해서 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닫힌 사회 속에서 주어진 관계 속에서 친구를 형성합니다. 시골 같은 지역은 다른 친구를 만날래야 만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점점 내가 선택하는 친구가 생겨나게 됩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관계를 신앙 안에서 다시 점검하게 만들어 줍니다. 우리는 같은 지붕 아래 살면 당연히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또 같은 동네에 살면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우리에게 그런 관계의 근본을 의심하게 만들어주고 또 진정한 가족, 진정한 친구, 진정한 관계의 의미를 되새겨 주십니다.
아무리 피로 맺어져도 헤어질 관계가 있습니다. 반대로 그 어떤 것도 섞이지 않았지만 가족보다도 더 끈끈한 관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신앙인들은 참된 아버지이신 한 분 하느님 안에서 진정한 가족을 이룹니다. 그분을 알고 그분의 뜻을 실행하는 이들이면 누구나 가족이자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를 '친구'라고 부르십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관계라면, 세상에서 그 관계가 아무리 가깝다 하더라도 우리는 서로 헤어지게 됩니다. 최종적으로 도착하는 방향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한 집안 안에 한식구라고 하고, 한 지붕 안에 같은 본당 식구라고 하지만 마음 자체가 전혀 엉뚱한 방향을 지향하고 있으면 결국 남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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