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3주 주일
주인님께 간청하는 포도 재배인의 이 청 안에 포함된
그분의 사랑을 우리는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까요?
자기 수액을 다 빨아들여 제 멋대로 쓸데없는 잎사귀만 내고
정작 열매라고는 하나도 맺지 못하는 우리의 병든 모습에
화를 내고 잘라 버리기보다는 오히려 주인님 앞에서
한 번 더 기한을 달라고 청하는 포도 재배인의 마음을 이해하시는지요?
저 사제는 잘라 버려라,
공연히 신자들을 버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 주인님 이 사제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 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저 교리교사는 잘라 버려라
공연히 학생들을 버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 주인님 이 교사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 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저 가톨릭 신자는 잘라 버려라
공연히 이웃들을 버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 주인님 이 신자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 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우리는 주인도 아닐 뿐더러,
더군다나 열매를 맺는 나무들도 아닙니다.
이런 우리들을 보듬으시고자 예수님은 기를 쓰고 십자가에 매달려 계시는 판국인데
우리는 꼿꼿하게 머리를 세우고 여전히 하느님께 왜 이런 내 원의를 들어주지 않느냐고 삿대질을 하는 판이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모든 것을 던져 우리를 사랑에로 이끄시고자 노력하시는데
우리는 사랑은 커녕, 증오와 탐욕과 독선과 교만과 아집과 질투에 사로잡혀
서로서로를 판단하고 비난하기 일쑤입니다.
우리 주인님은 여전히 열매를 기다리십니다.
우리가 잘나고 소중해서 하느님이 우리를 아껴 주신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도리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참아 주시고 계시는 셈입니다.
"너희는 그들이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큰 잘못을 하였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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