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는거지 뭐..."
그가 시무룩하니 대답했다.
"정해져 있는 건 없어. 찾는 그 자체로 충분한 것 같아. 정말 찾는다면 얻어 만나게 되어 있거든."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가 한 대답이었다.
"이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달려가면 이게 아니고 저거라고 생각하고 달려가면 저게 아닌 듯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내가 점점 더 풍성해지고 커지는 것 같아. 이 생의 죽음이라는 종착지에 이르기까지 우리로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셈이지."
내 의문은 더욱 증폭되기만 한다. 그럼 뭘 해야 하는거지? 정말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걸까?
"포기하지 말아. 그거면 충분해."
그는 마치 내 속을 읽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럴 리는 없겠지. 그 역시 나처럼 길을 찾던 사람일 뿐이고 다만 나보다 한 발짝 앞에서 먼저 간 길을 소개하는 것 뿐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 길에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살아가. 그들은 아예 길을 찾지도 않거나 조금 찾다가 제 풀에 포기해버리고 마는 이들이지. 그리고는 세상에서 안주할 거리들을 찾는거야. 주로는 세상이 주는 위락이지. 그런 데에다가 정신을 내어 맡기면 잠시나마 잊을 수 있거든. 다음 주에 시험이 있는데 방금 컴퓨터 게임을 시작한 아이를 잘 살펴보렴. 그 아이는 컴퓨터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시험이고 뭐고가 중요하지 않아, 컴퓨터 게임 속의 주인공이 죽느냐 사느냐에 온갖 신경을 집중하지. 그러다가 게임이 끝나고 나면 현실이 시작되는거야. 하지만 그렇게 정신없이 날려버린 시간은 그 누구도 되찾아 줄 수 없지."
그렇구나... 그의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저요, 포기하지 않을께요."
그가 웃었다. 간만에 보는 그의 환한 얼굴이었다.
<디지털 시대의 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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