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친다는 것은 나의 주도권 안에 있던 것을 바치는 상대의 주도권 안으로 넘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바친 물건에 대해서 우리는 더는 권리를 지니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사제들은 하느님에게 바쳐집니다. 그래서 사제들이 바쳐지고 나면 세상은 사제들에게 대해서 권리를 갖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제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하느님의 뜻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하지만 하느님의 뜻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바쳐지게 되면 이 사제는 세상에서도 떨어져 나오고 하느님에게서도 떨어져 나온 채로 어정쩡한 위치에 처하게 되며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존재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사제들은 철저히 하느님에게 바쳐져야 하고 그 뜻을 충실히 따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세례 때에 하느님의 자녀로 바쳐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모든 신앙인들은 이미 세상에서 죽은 이들이 되어야 하고 하느님에게 바쳐진 이들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봉헌이 올바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여전히 자신의 생을 자신의 몫으로 지니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세상 안에서의 자신의 자리를 탐내고 세상 안에서 인정받고 사랑받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그들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엉뚱한 길을 걷다가 방황하게 됩니다.
이 봉헌의 의미를 올바로 되새겨야 합니다. 우리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합당한 봉헌을 이행할 때에 우리는 쓸모있는 도구가 됩니다. 우리는 옹기장이 손에 들린 진흙처럼 옹기장이의 뜻에 우리를 기꺼이 내어 맡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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