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 장이라는 직분은 장으로서 누리는 ‘권리’와 더불어 ‘책임’이 뒤따르게 된다. 단순한 공동체의 구성원일 때에 지니는 권리보다 더 많은 권리를 지니는 한편, 그에 상응하는 더 많은 책임이 늘 요구되는 것이다. 이를 잊기 시작하면 그는 권리만을 누리고 책임을 무시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결국 구성원들에게 마음으로 내쳐지게 된다.
또한 그 직분은 ‘고독’이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직분이다. 단순한 구성원일 때에 다른 이들과 맺던 관계는 장이 되는 순간부터 다른 차원에 들어서게 된다. 공동체의 장은 언제나 ‘신중함’과 ‘균형감각’이 요구되고 정의를 올바로 실천하도록 요구되기 때문에 한 측의 의견에 지나치게 기울다보면 언제나 그릇된 분별에 빠지기 쉽고 반대측의 부정적인 의견에 휘말리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전까지 친하게 지내오던 관계도 공동체의 장이 되는 순간부터 자제할 필요가 있게 된다.
사람들은 감투를 쓰고 싶어한다. 그 이유는 그 감투를 통해서 다가오는 권리들이 달콤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감투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이 요구되는 법이고 또한 인간적인 고독이 수반되는 법이다. 이를 간과하면 그는 감투의 달콤함만을 추구하고 본질을 무시하는 이가 된다. 그리고 그의 행태는 이내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확연히 드러나게 되고 공동체 구성원들은 그가 지닌 권력의 힘 때문에 그를 따르기는 하겠지만 결코 마음으로 존경하지는 않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합당한 준비와 특별한 사명감이 없이 이 장의 직분을 선호하는 사람은 기름 가마니를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도 같다. 그는 권력을 탐하는 사람이고 그 권력이 가져다주는 씁쓸함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마지막 열매는 언제나 최후에 다가올 것이니 그러는 동안 그는 더욱 권력의 달콤함에 빠져들게 될 것이고 훗날 자신에게 다가올 재난을 키우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도 ‘장의 직분’은 필요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특별한 사명감, 즉 신앙에서 기반하는 봉사정신이 아니고서는 마찬가지의 일이 일어나게 된다. 우리는 하늘 나라로 사람들을 초대하기 위한 봉사의 정신을 지니고 함께 하느님에게 나아가기 위해서 언제나 겸손과 인내로 최선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 안에도 세상의 권력의 달콤함과 그 파괴적인 힘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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