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구석이 있을 때에 우리는 안정성에 기대지 않습니다. 우리가 여행을 갈 수 있는 이유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부족함을 메꿀 수 있고 대처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제자들은 오히려 '부족함' 속에서 나아가도록 요구 받았습니다.
얼마전 다녀온 성모성지 순례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루르드를 가기 위해 들른 파리에서는 파업과 시위로 인해서 지하철과 대중 교통이 멈춰 있었습니다. 그리고 루르드를 가기 전날에 예약해 둔 기차가 취소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순간 절망하고 가만히 머무른 게 아니라 다른 가능성을 열어 보았습니다. 비록 비싼 값이었지만 비행기표를 구할 수 있었고 결국 목적하던 성지 순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마음 속에 믿음이 커나갈수록 삶의 안정성에 대한 갈망이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에 대한 신뢰가 확립되고 나면 우리는 더이상 불안증에 시달릴 이유가 없습니다. 반면 믿음이 없는 이는 자신이 늘 안정을 누릴 대상이 필요하고 그래서 돈과 명예와 권력에 더욱더 중독되어 가고 집착하게 되는 것입니다.
불안은 돈이 없어서, 사람들이 나를 무시해서, 혹은 누군가가 나를 억압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가운데에서 내 마음 속에 믿을 구석이 없어서 다가오는 것입니다. 굳은 믿음은 가장 확고한 안정을 보장해 줍니다. 죽어도 죽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확신이 커져 나갈수록 우리는 '죽음' 그 자체를 이기는 이들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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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을 더하여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