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제가 사춘기 시절 아이들은 힙합 복장이 유행이었고 바닥에 질질 끌리는 늘어진 바지를 입고 다니는 것을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과거의 행실을 떠올려 보면 그때는 참 멋있어 보였던 것이 지금은 참 부끄러운 장면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 이사야서의 말씀은 ‘역설적’입니다.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정작 당하고 있는 것은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매질을 당하고, 수염을 잡아 뜯기고, 모욕과 수모를 받는 것이 세상에서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이사야서 저자는 이를 ‘수치’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 모든 것을 당해도 수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사야서 저자에게 진정한 의미의 수치는 하느님 앞에서 ‘불의로운 자’로 판명받는 것입니다. 오직 그것만이 그에게는 ‘수치스러운 일’이 됩니다. 따라서 하느님께서 그를 의롭다 하는 동안에는 세상에서 어떠한 수치스러워 보이는 취급을 받아도 그것은 수치가 아니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어떤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는지 반성해 보아야 합니다. 행여 사람들에게는 인정받으려고 하면서 하느님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진정으로 수치스러운 일은 이 현세에서가 아니라 바로 내세에서 일어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숨겨지는 것이 하나도 없이 우리의 영혼이 빛 앞에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죽음에서 제 목숨을 구하셨나이다. 제 눈에서 눈물을 거두시고, 제 발이 넘어지지 않게 하셨나이다. 나는 주님 앞에서 걸어가리라. 살아 있는 이들의 땅에서 걸으리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