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제를 잊을 수 있다면 많은 정서적 요소들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죄책도 없고 원한도 없겠지요. 하지만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고 우리는 과거의 우리의 행실에 대한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것들이 잊혀지지 않는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억'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 같은 영역에 빠져들 위험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기억을 '상처'로 지니고 있는지 아니면 '자국'으로 지니고 있는지는 바로 오늘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기억을 치유해야 합니다. 즉, 내가 당한 기억이 있다면 나의 사랑으로 용서해야 하고 또 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죄책이 있다면 용서 받아서 그 아픔을 없애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다른 이에게 용서를 청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우리 역시도 다른 이가 우리에 대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너그러움을 지닐 줄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이상적인 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용서하지 못하기도 하고 또 용서 청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서로의 내면의 어두움과 복잡 다단함을 유지한 채로 살아갑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닌 어두움을 생각지도 않은 영역에서 이끌어내기도 하고 또 가장 죄없는 존재에게 그 분노를 표출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치유받지 못한 상처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은총이 필요합니다. 하느님의 손길, 거룩한 영역에서 직접 전달되는 은총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은총을 통해서 용서를 청하기도 하고 또 용서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먼저 하느님께서 우리를 충분히 사랑해 주시고 위로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기억의 상처에서 치유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 기억들이 그저 '자국'으로만 남을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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