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화 메뉴얼
요한복음 4장 사마리아 여인을 통해서...
완전 마음이 없는 이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
사실 굉장히 부담스럽고 힘든 일입니다.
이럴 때 '메뉴얼' 같은 게 있었으면 하는 생각들을 한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헌데 그 메뉴얼이 사실 복음 속에 있었으니
다름아닌 '사마리아 여인'에 관한 내용입니다.
1) 나약함 속의 다가섬(강압적 태도의 포기)
가장 먼저는 예수님의 다가섬이지요.
예수님은 나약한 자, 무언가 필요한 자로 다가섭니다.
그리고 여인에게 "마실 물을 좀 달라"고 청하십니다.
이는 복음을 선포하는 자의 첫번째 자세입니다.
뭔가를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밀어넣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뭔가 부족한 사람으로,
뭔가를 청하는 사람으로 다가서야 하는 것이지요.
현대적인 상황을 적용 시키면,
너는 하느님을 모르는 죄인이니 성당에 가야 네가 낫는다는 식이 아니라,
네가 성당에 가주면 내 영혼이 편안할텐데라는 식입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이 미천한 요구에 물을 줄 생각을 않고 심드렁하니 대응합니다.
"당신은 유다인인데 왜 나 같은 사마리아 여자에게 물을 청하느냐?"라고 합니다.
당시에 갈라져 있던 유다인과 사마리아인의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지요.
이는 복음을 전하는 이가 늘상 마주하게 되는 냉대입니다.
그 사람이 가족이든지 친척이든지 친구이든지,
영원한 것에 마음이 없는 이에게
우리 그리스도인의 존재는 '괜히 한 번 괴롭혀보고 싶은' 존재인 것이지요.
"니가 그렇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하느님을 믿는다니 어지간히 잘났구나."라는 식입니다.
실제적인 일상 안에서는
"너는 지금 이 바쁜 와중에 뭔 성당을 다니니(기도를 하니)?"라는 식으로 들리게 됩니다.
2) 영적인 차원에로의 인도(그가 관심있는 현실을 바탕으로 이끌기)
바로 이러한 대응에 예수님은 오히려 본격적인 복음선포를 시작합니다.
영적인 차원의 문제를 일깨우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네가 영적인 것을 안다면 네가 나에게 도리어
생명의 물(새번역에서는 '생수'라고 나옵니다)을 청했을 것이다."
일단은 상대자가 그래도 대답은 했으니,
이제는 우리 측에서 상대의 관심을 일깨우는 일을 해야 합니다.
실제적인 예로는
"사람이 단순히 현세적인 것만으로 살아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라면서 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이 시도는 곧 실패한 것으로 드러납니다.
왜냐면 그 여인은 '당신은 두레박도 없고 우물도 깊은데 어디서 구하시려구요?'라고
대꾸하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고집불통입니다.
"그러냐, 그럼 너는 밥 안 먹어도 살 수 있나보지?"라는 식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박해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니가 다 알아서 해."라든지...
뭐 오히려 우리 신앙인들이 정신 못차리고 있으니 본 때를 보여 주겠다는 식입니다.
3)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기(나 자신의 신앙의 강화)
예수님은 다시 '영적인 것'에로 여인의 마음을 이끌려고 합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면 다시 목마르지 않는다."
하지만 여인은 여전이 알아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물을 주시오, 그럼 내가 물 긷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겠소."
이처럼 수많은 경우에 우리의 노력은 허사로 드러나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실패에는 늘 두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뿌리는 씨앗이 언젠가는 싹트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런 실패를 거듭하면서 다름아닌 우리 자신의 신앙이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씨앗을 뿌리고, 우리 스스로의 신앙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이 작업을 계속 해 나가야 합니다.
4) 신비적인 영역
현실 안에서 우리 신앙인들의 시도는 여기까지가 충분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여기까지가 전부입니다.
나머지는 '신비적인 영역'에 맡겨야 합니다.
예수님의 경우에는 당신이 이미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지고 계셨기에
그것을 통해서 이 이방여인의 마음 속의 감춰진 것을 꺼내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이것이 불가능하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신비적인 영역 안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그 사람을 위한 기도'입니다.
기도 속에서 이제 '하느님'께서 일을 하시도록 기다려야 합니다.
사마리아여인의 이어지는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하지만,
오늘의 주제는 '관심이 없는 이들을 복음화시키는 방법'에 관한 것이기에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
"너와 말하고 있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