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저 봄볕에 잠깐 잠이 들었는데 그 짧디 짧은 꿈이 어마어마한 인생사를 담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사는 물리적인 영역에서의 '시간'은 무엇보다도 지구의 자전운동과 밀접히 연계되어 있어서 그 큰 움직임에 따라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변동이 거의 없는 듯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정신 안에서의 시간은 이 지상의 시간 개념과는 상관없이 흘러갈 수 있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의 고통이 너무나 오래 느껴지고 또 반대로 너무 재미있는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듯이 느껴지는 것이 그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과학계에서도 여전히 그 의미가 올바로 밝혀지지 않은 대상입니다. 과학은 시간을 사용하지만 여전히 그 올바른 규정에 대해서는 알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움직임이 있기에 시간이 의미를 갖습니다. 움직임이 없다면 시간도 그 힘을 잃겠지요. 헌데 육신의 움직임은 일정한 질서와 한계 속에서 이루어지지만 정신의 움직임은 육신의 가능성을 초월합니다. 그래서 더 빨리 움직이게 되고 그만큼 더 많은 시간을 체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연옥과 지옥에서 우리의 영혼이 느끼게 될 시간이 바로 그것입니다. 지금 이 지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괴로워도 해가 지고 나면 잠이 들고 다음날이면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지상의 요소들과 분리된 채 머무르게 되는 영혼에게 있어서 자신의 시간을 측정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래서 그의 고뇌는 '영원'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정작 지상에서는 하루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 고통 중에 있는 영혼에게는 1000년처럼 느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지상에서는 '몸'이라는 유한성 속에 갇혀 그 질서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던 영혼이 육신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 정신적 움직임은 초월적인 움직임 속에서 '일장춘몽'과 같은 시간의 흐름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지상에서는 아무리 괴로운 일이라도 '쉼'이 있습니다. 그러나 영원의 세계에서는 그럴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미리 채비를 잘 차리고 그런 '어둠'에 빠져들지 않도록 단도리를 잘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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