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아직 기적을 시작할 때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숨어 지내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성모님께서 청을 드렸고 바로 그 청이 예수님의 첫번째 기적을 시작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처럼 의로운 이의 갈망은 하느님의 때를 앞당길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뭔가 특출난 재주를 가지고 있어야 더 나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특출난 재주가 있어도 쓸 일이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누군가 그 재주를 필요로 해야 비로소 그 재주도 빛나는 셈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전능도 그 전능이 드러나도록 갈망하는 이들로 인해서 빛을 발하는 셈입니다. 성모님께서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성모님의 내면 속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하느님에 대한 신뢰와 순명이 들어 있습니다. 그것이 이 한마디의 말로 잘 드러납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제가 남미에서 선교를 할 때에 사람들은 사제의 말에 순명했습니다. 가정에서 불화가 일어나도 사제가 찾아가서 그만 화해하라고 하면 거룩한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대로 순명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사람들은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보입니다. 사제의 말보다는 점술가의 말에 더 의존하기도 하고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의 말을 사제의 말보다 더 신뢰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하지만 과거 우리 어른들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그분들은 사제를 사랑했고 존경했으며 세상의 가치보다 신앙의 가치를 뒤쫓아 살아갔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의 삶은 오히려 더 단순했고 명료했습니다. 신앙 안에서 해야 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 명료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오늘날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우리의 영혼을 어지럽게 만듭니다. 속이는 자들이 많이 나와서 이 말도 맞는 것 같고 저 말도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성령은 한 목소리를 냅니다. 우리는 성모님의 모범에서 배울 줄 알아야 합니다.
그분의 어머니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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