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자 교리를 해 보면 적지 않은 이들이 교리에 엄청 부담을 가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늘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거 몰라도 됩니다."
교리에 포함된 내용이라서 한 번 쯤 들어둘 필요는 있지만 사실 몰라도 되는 것들이 허다합니다. 그리고 듣는 순간 외에는 반드시 까먹을 내용이 수두룩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지금 이 강론을 들으시는 여러분들 가운데에서도 교회의 전례력이라던지, 제의 색깔의 의미라던지, 교회 내 여러 상징물들의 의미와 같은 것들을 모르는 사람들이 허다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알아두면 좋지만 모른다고 해서 구원이 좌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앙 안에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사실 복잡다단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너무나 단순하고 명료한 것이고 아이들도 아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것입니다.
"하느님은 무엇을 원하시는가?"
하느님은 무엇을 원하실까요? 과연 이 질문에 여러분은 '모른다'고 답하실 것입니까? 그러나 이런 질문을 해 본다면 어떨까요?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은 무엇을 원할까요?
잡혀가서 자유를 상실한 이들은 무엇을 원할까요?
눈먼 이들은 무엇을 원할까요?
억압받는 이들은 무엇을 원할까요?
목마른 사람은 무엇을 원할까요?
외로운 사람은 무엇을 원할까요?
슬픈 사람은 무엇을 원할까요?
여러분은 모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질문들의 답은 이미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이고 여러분들이 갈구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아는 그것을 실행하기를 원하십니다.
저는 사제입니다. 저는 남미에 있을 때에는 진정 배고픈 이들을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사제가 부족해서 미사를 드릴 수 없는 이들을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이유로 바빴습니다.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도 해야 했고 돌아다니면서 사제가 부족한 영역을 나의 구체적인 활동으로 메꾸는 데에 바빴습니다. 한국에 돌아오니 사람들은 딱히 절실히 배고프지 않고 사람들에게 사제가 넘쳐 흐릅니다. 반면 사람들의 영혼이 굶주려 있습니다. 사람들은 하느님의 말씀에 목말라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것을 마련해서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제 사제직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하고 그 일에 매진합니다.
여러분은 저마다의 삶의 현장에서 신앙인으로 살아갑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에 맞는 일일까요? 과연 그것을 몰라서 실행하지 않는 것일까요? 아니면 알고 싶지 않고 그저 저마다의 욕구나 채우고 싶은 것일까요? 결국 그 누구도 나중에는 변명할 말이 없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것을 알고 계시고 훗날 여러분에게 결산서를 요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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