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런 저런 일로 서로 싸웁니다. 그러면서 그 싸움에서도 뭔가를 얻으려고 하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마지막으로 손에 쥐게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싸움이라는 것은 생산하는 행위가 아니니까요. 양측이 다 소모되는 것입니다.
정말 싸워야 할 대상이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세상의 악의 흐름입니다. 신앙인들은 어둠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하지만 그 싸움의 양상은 세상 안에서의 통상적인 싸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됩니다.
세상은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고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어 공략합니다. 하지만 악을 향한 신앙인들의 싸움, 투쟁은 전혀 다른 무기를 들고 나섭니다. 그것은 바로 덕행입니다. 침묵과 겸손, 온유와 친절, 기도와 사랑, 그리고 용서와 같은 것을 무기로 내세웁니다.
따라서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이건 전혀 싸움이 아닙니다. 그냥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상대가 비난을 하는데 그에 대해서 따스한 미소로 응수를 하고, 상대가 비겁한 전략을 쓰는데 겸손으로 맞대응을 합니다. 그러니 이건 애초부터 ‘싸움’이 되지 않는 것이지요.
예수님의 수난을 떠올려봅시다. 예수님이 상대의 폭력에 같은 폭력으로 맞선 적은 없습니다. 예수님은 진리를 바탕으로한 침묵과 침착함으로 맞서 나갔습니다. 칼을 꺼내드는 베드로에게 도로 칼집에 칼을 꽂으라고 했지요.
세상 사람들이 싸우는 이유는 지켜야 할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근본에는 자신의 존재가 있습니다. 그 존재가 어떤 식으로든 위협 당하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싸웁니다. 그것이 자신의 육신 생명이 될 수도 있고, 사회적 위신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들은 하나로 모여 ‘나’를 지키기 위한 것이 됩니다.
반면 그리스도인들은 전혀 다른 ‘나’를 위해서 싸웁니다. 그것은 하느님과 연결된 나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나, 그래서 하느님에게 돌아가게 될 나를 위해서 어둠과 맞서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나’를 정결하게 보존해야 하니까요. 결국 우리는 하느님의 것이 상하지 않기 위해서 싸우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다투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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