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이라는 것은 지독한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과 하느님을 의심합니다. 그분에게 우리의 삶을 맡겨도 되는지를 의심하지요. 그래서 그 의심을 바탕으로 우리는 아주 일부분만 내어 바칩니다. 온전히 헌신하지를 못하는 것이지요. 언제나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으려고 합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면서 말이지요. 의심이라는 것 이면에는 교만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분별이 하느님의 분별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신중한 것은 좋은 것이지만 과연 누구를 대상으로 그 신중함을 펼치는지는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선한 일을 하는 데에는 주저함이 없어야 합니다. 물론 세상은 저마다의 욕구를 내세우며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우겨대곤 하지요. 진정으로 선한 일은 하느님에게 나아가는 일입니다. 설령 거지에게 돈을 주어도 그것이 나의 교만에서 비롯한 것이라면 선행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 성체를 손으로 모시는 게 신성모독이라는데 사실인가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습니다. 일단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체를 입으로 직접 받아 모셔왔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주님의 수난 만찬때에 제자들과 모여 함께 나눈 빵을 제자들이 무릎을 꿇고 입만 벌리고 받아 모셨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손으로 빵을 받아서 나누어 옆의 동료들에게 나누어가며 먹었습니다. 하지만 성체에 대한 공경이 날이 갈수록 더해 감에 따라 부스러기 하나라도 흘리지 않으려는 극진한 공경심을 드러내기 위해서 제단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입을 벌리고 받아모시게 한 것이지요. 그러다가 신자들의 수가 너무 많아지고 또 입으로 모시다가 자꾸 사제의 손에 침이 발리니 위생상의 문제도 있고 해서 손으로 받아 모시게 한 것입니다. 사실 한국과 같은 곳은 입으로 받아 모시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거의 전부가 손으로 받아 모십니다. - 그럼 그런 표현을 하는 사람은 왜 그러는 건가요? - 제가 보았을 때에는 성체에 대한 극진한 존경심을 드러내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성체를 공경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좋지만 손으로 모시는 사람을 잘못되었다고 할 필요는 없지요. 여기서는(볼리비아에서는) 입으로 모시는 사람과 손으로 모시는 사람의 두 부류가 있고 둘 다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입으로 모시는 이들의 혀가 제 손에 자꾸만 닿는 것은 분명히 사실이고 이는 굉장히 비위생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입으로 모시는 것이 성체를 흘리고 떨어뜨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모시는 것이 보다 안정적이지요. 다만 손으로 모실 때에는 미사 전에 손을 깨끗이 씻고 왼손 아래에 오른손을 받치는 올바른 자세를 갖추고 왼손으로 성체를 받아 뒤의 사람이 앞으로 나와 성체를 모실 수 있도록 옆으로 살짝 비켜나서 성체를 모셔야 합니다. 성체를 모시고 나서 손에 남은 부스러기를 함부로 다루지 말고 입으로 가져가서 혓바닥으로 깨끗이 처리할 필요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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