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그러면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마르 11,24)
아버지의 전능을 믿는다면 우리의 모든 청원은 이미 그 순간 아버지에게 들려진 것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 가운데 사안이 절실한 것이라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시간을 두고 이루어질 것이며, 만일 아버지가 보시기에 그 청원에 반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것 같으면 그 또한 그리될 것입니다.
천만원을 달라고 그래야 그 돈으로 내 처지가 나아질 수 있다고 우리는 분별합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시선에는 전혀 다른 지혜가 이루어질 수 있고 따라서 전혀 다른 결론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그 소원을 이루기보다 전혀 다른 것을 이루어 주십니다. 기도를 듣지 않아서 그 소원을 이루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더 나은 것을 준비하시는 셈입니다.
사탕에 맛이 들어 사탕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의 청원을 부모는 그 순간 듣지만 그 사탕을 매 순간 사다주는 부모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이를 도로 그릇되이 형성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지요. 부모는 아이의 청원을 들었고 아이가 사탕을 좋아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사탕을 사다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건강을 상하지 않게끔, 또 아이가 사탕에만 매달리지 않고 그 사탕을 통해서 또다른 더 소중한 가치를 배우게끔 준비할 수 있지요.
우리가 청하는 모든 것은 이미 받은 셈입니다. 물론 내가 바라는 그 자체로 받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받는 셈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진정으로 잘 되기를 바라십니다. 다만 우리로서는 우리가 잘 된다는 기준이 때로는 너무 세속적이라서 아버지께서는 그 청원을 그대로 이루어 주실 수는 없을 뿐입니다. 아버지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심지어 우리 자신보다도 우리가 잘 되기를 바라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달라는 사람에게 성령을 잔뜩 부어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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