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그에게 물으셨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그가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였다. (루카 18,40-41)
그가 청한 것은 다시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스스로 보지 못한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굳이 그에게 질문을 던지십니다. 그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고 물으십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스스로 눈 먼 줄 모르는 장님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장님에게는 당연히 눈을 뜨는 은총을 베푸시지만 단순히 눈을 뜨라고 하시는 것이 아니라 덧붙여지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루카 18,42) 예수님은 허투루 하는 말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행동과 말들에는 그에 상응하는 의미가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예수님은 이 소경에게 단순히 육신의 눈을 뜨게 한 것이 아니라 믿음을 통한 구원을 선포하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소경은 믿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육신과 영혼의 구원자라는 것을 동시에 믿었기 때문입니다. 전능하신 하느님의 아들로서 육신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 주실 수 있다는 믿음과 더불어 나아가 영혼을 구해줄 수 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일은 그대로 일어납니다.
치유를 받은 장님은 그 자리에 머물러 제 목숨 살릴 궁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찬양하며 예수님을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군중은 그 모습을 보고 감명 받아 하느님을 찬미하게 됩니다. 그는 일개 소경이고 걸인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전하는 복음 선포자로 변한 것입니다. 그는 전에는 쓸모 없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하느님의 권능을 전하는 사람이 됩니다.
하느님은 이런 일을 많이 하십니다. 하느님은 드높은 것에서 당신의 힘을 드러내시는 분이 아니라 아주 보잘것 없는 존재에게서 당신의 힘을 드러내시는 분이십니다.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무엇을 원할까요? 정말 원하는 그것을 얻을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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