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마구 소비하며 살아왔다. 더 많이 구입하고 더 많이 사용하고 더 많이 체험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면서 일상의 소중함과 이미 갖추고 있던 것들의 소중함을 상실해 갔다. 언제나 새로운 소식에 목말라했고 더 새로운 물건에 열광했다.
2020년, 코로나가 왔다. 코로나는 우리가 지금껏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을 마비시키기 시작했다. 가장 극단적으로 마스크가 일상화 되었고 늘 마시던 공기를 힘들게 들이쉬게 되었다. 편안히 걷던 산책길이 불편하게 되었다. 일상의 모든 영역을 재검토하게 되었고 항상 '감염의 위험'을 두려워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인류는 공통된 진통을 겪기 시작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전에 더욱 자유로웠던 이들일수록 더 답답함을 느끼게 되고 심지어는 '우울증'이라는 정신적 질병까지 덤으로 얻게 된다.
2021년, 코로나는 장기화 되어 가고 있고 우리는 이제 코로나와 함께 하는 일상에 어느정도 익숙해져 가고 있다. 그러나 사실 사회의 많은 영역이 리셋되고 있는 중이다. 교회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활발하게 진행해 오던 많은 행사, 일들이 멈춰지고 '이 시국에 이게 정말 필요한 일인가?'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교회의 가장 기초적인 영역이 남게 된다. 사회의 각 영역도 비슷하다.
무엇이 가장 필요한 일일까? 그것은 코로나가 아무리 심해도 우리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이다. 무엇이 거품이었을까? 코로나를 앞에 두고 멈출 수 있는 일이면 거품이다. 코로나가 와도 밥은 먹어야 하지만 지나친 관광을 가는 건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일은 해야 하지만 굳이 회의실에 모여서 공연히 시간을 보낼 이유는 없다. 생존에 필수적인 일들이 있고 부가적으로 누릴 수 있는 것들이 구분되기 시작했다. 현대인들은 여전히 이 구분점이 혼란스럽다. 그래서 유흥시설이 여전히 활성화된 가운데 코로나는 여전히 위세를 떨치며 퍼져나간다.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가? 소비와 잡다한 활동이 멈춰진 이곳에서 우리는 지금껏 미디어에서 세뇌시켜 오던 '추구하던 바'를 상실하게 되었다. 즉, 잔뜩 벌어들이고 잔뜩 소비하는 것이 더는 정상적 행위가 아니게 되었다. 나는 이 시점이야말로 우리의 신앙이 본질적 빛을 발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시간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깊은 추구로 다시 복귀할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한다.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복음의 선포, 우리 신앙인들이 코로나와 더불어 찾아온 현대의 정신적 위기에 올바로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이다. 우리는 복음의 메세지를 이해해야 하고 그것을 구체적이고 전방위적으로 살아야 한다. 그것이 이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위기의 시기에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참된 길이라고 생각한다. 일상 안에서의 신앙, 가장 기초부터 다시 챙겨가는 신앙이 필요하다. 우리가 진실로 믿고 따름으로써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여 주변에서 그 모습을 보고 하느님을 찬양하게 해야 한다. 이제는 뽐내고 자랑하는 시기가 지나가고 있다. 다시 튼실한 기초로 돌아올 시간이다. 나만 잘 살면 되던 시기에서 이제는 모두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써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심지어는 자연과 생태까지도 돌보아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이런 변화는 제도와 구조를 뜯어 고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각자의 구체적인 회개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 (마르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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