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교회는 사람들 사이에 머무르면서 자신의 역할과 입지를 여러가지 의미로 형성해 왔습니다. 과거에는 교회가 삶의 중심이 될 수 있었고 아직도 몇몇 나라에서는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즉, 일상 생활에서 할 수 없는 다양한 활동을 교회에 오면 적극적으로 할 수 있고 또 교회에서 받는 인정이 곧 세상에서도 그 가치를 지닐 정도로 교회가 세상의 생활 속에서도 나름 중심이 된 위치였던 것이지요. 여전히 남미의 교회는 이러한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들의 일상이 소박하고 별다른 사건 사고가 없기 때문에 교회에 와서 열심히 활동하고 인정받는 사회성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에서도 한때 그러한 시기가 존재했습니다. 교회에서 일하고 인정받던 시기였지요. 교회의 부흥기였고 교회의 활동이 어마어마하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거의 가족 구성원 전원이 교회에 와서 뭐라도 할 거리가 있었습니다. 성당에 살다시피 했지요. 아이들은 주일학교에 엄마는 자모회에 아빠는 레지오 단원들과 주일이면 성당이 바글바글할 정도로 모여들어 시간을 보내며 활기있는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는 변한다는 것입니다. 구조적으로도 시기적으로도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서 변화를 겪지요. 지금은 세상이 많이 발전해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굳이 무언가를 찾지 않아도 세상에서 비슷한 활동들을 왕성하게 하고 그것이 하나의 직업군을 형성해서 그것으로 돈을 벌고 사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남들이 감히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는 중입니다. 더 나은 아이템을 찾고 사람들의 환심을 사고 끌어모으는 활동을 하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그 반향으로 교회가 지금까지 해 오던 활동들이 지지부진하고 재미가 없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교회는 이러한 시기에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교회의 기본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잘 관찰하고 그 본질적 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영역에서 절대로 메꾸어 줄 수 없는 교회만의 고유한 활동, 그것은 바로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본질을 가르치고 서로 사랑하도록 이끌어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범’을 우리가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수순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1. 가지치기
2. 본질 회복하기
3. 영원으로 나아가기
하나씩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가지치기 먼저는 불필요한 무게를 떨어내어야 합니다. 교회가 지금까지 해 온 수많은 활동 가운데 이미 그 의미들이 퇴색된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본당마다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것을 일부러 없앨 필요는 없겠지만 그저 명맥만 유지해 오고 있는 요소들을 분별하고 올바른 가지 치기를 해야 합니다. 담당자만 있고 실제적인 일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요소들을 파악해서 사람들이 공연한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2. 본질 회복하기 교회는 원래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 본질을 회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신자 재교육입니다. 교회 구성원 전체가 건전하고 올바른 가르침(성경과 교리서)을 바탕으로 훈련되어야 합니다. 이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전까지 해 오던 쓸데없는 일들을 치워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 빈 공간에 메꾸어 넣을 수 있는 일이 됩니다.
3. 영원으로 나아가기 교회는 지상의 어떤 일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영원에 대한 올바른 희망을 간직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도 필요합니다. 물론 교회가 기초를 회복하면 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영원을 향한 방향성이 있지만(성사와 전례), 사람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적절한 실천 요소들을 정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여전히 교회에서는 교계제도가 상당한 권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말은 사제들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어깨에 짐을 지울 생각을 하지 말고 사제들부터 나서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봉사하는 데에 헌신해야 합니다. 따라서 주일 미사와 평일 미사의 강론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강론을 더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사람들이 일상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으면서도 영원의 맛을 들일 수 있는 가르침을 선물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본당 공동체의 가장 으뜸으로서 정의로움을 바탕으로 일을 식별하고 올바른 지침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실천을 위해서 그 여정을 가로막을 수 있는 악습들을 스스로 걷어낼 필요도 있겠지요. 양 떼를 충분히 먹이고 나면 양들은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자신들의 달란트를 한껏 발휘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러면 더 많은 양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수많은 교회들이 코로나를 빌미로 참으로 많이 침체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 자리를 털고 일어납시다. 다시 일할 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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