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때에 주님께서 지나가시는데,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할퀴고 주님 앞에 있는 바위를 부수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바람 가운데에 계시지 않았다.
바람이 지나간 뒤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지진 가운데에도 계시지 않았다.
지진이 지나간 뒤에 불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불 속에도 계시지 않았다.
불이 지나간 뒤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크고 강한 바람
단단한 바위를 부수는 바람은 단단하게 형성된 우리의 어둠의 과거를 의미합니다. 또한 우리 안에 단단하게 자리잡은 아집과 교만, 그리고 세속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하느님은 때로 이런 바람을 보내시어 우리가 부서지게 만듭니다. 그래야 빛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진
지진은 근간의 흔들림을 의미합니다. 현재 우리가 의지하고 지탱하고 있는 것들, 하느님이 아닌 모든 의존처를 의미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건강이 될 수도 있고, 직장이 될 수도 있고, 가족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근간들이 흔들리는 체험을 합니다. 건강이 무너지기도 하고, 직장을 잃기도 하며, 믿었던 자녀에게서 섭섭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느님은 우리가 의지하고 있던 세상의 근간을 지진으로 흔들어 버리십니다.
불
우리의 내면 안에 남아 있는 것들 가운데에는 영원히 남아있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죽음과 함께 사라져 버릴 운명의 것들도 있습니다. 불은 태워버리는 것이며 정화를 의미합니다. 우리는 하느님 앞에 서기 위해서 영원의 불로 순결해져야 합니다. 특히나 불은 성령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성령의 능력 안에서 영혼의 정화를 체험합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영혼이 고요하고 맑을 때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우리의 내면에 속삭이십니다. 영혼이 어질러져 있는 사람은 하느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그런 이들은 하느님을 만난다면서 도리어 엉뚱한 신앙을 향해서 달려가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은 영혼의 맑은 표면 위에 작용하십니다. 그러나 그 조용하고 부드러움은 시작부터 존재해 왔던 유약함이 아니라 바위를 부수는 바람과, 지진, 불을 거쳐서 형성된 영혼의 잔잔함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하느님 안에 신뢰를 둔 사람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