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저마다의 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때가 오기 전까지는 그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명조끼는 바다에 빠질 때에야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그 이전에는 그것이 그저 귀찮고 성가실 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생을 마무리하고 영원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신앙은 그때에 진가를 발휘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신앙은 귀찮고 성가신 것입니다. 내가 세상을 더 향유하고 싶은데 그것을 방해하고 자꾸만 내가 하기 싫은 무언가를 강요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결국 생은 마무리 될 것이고 그때에야 신앙이 진가를 발휘할 것입니다. 미리미리 준비를 해 둔 사람이라면 그 가치를 만끽하겠지만 뒤늦게 부랴부랴 등불을 챙겨든 사람이라면 하느님의 자비에 맡겨질 뿐입니다.
물론 신앙이 최종적인 영역에서만 가치를 발휘하지는 않습니다. 신앙은 우리의 현세의 삶의 내적인 질을 드높이는 데에도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참된 신앙이 있는 사람은 세상의 작은 기쁨을 더 소중히 여길 줄 알고, 또 허황한 것들을 사전에 차단해서 예방할 줄도 압니다.
지금 다가오는 쾌락을 즐기기 위한 수많은 수단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신앙은 우리가 그러한 것을 미리미리 조심하게 해서 그 쾌락 이후에 다가오게 될 수많은 부정적인 결과를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린 시절에 신부님 곁에서 복사를 선 친구는 다른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잃을 지 모르지만 다른 한편으로 허황한 즐거움에 빠져들 위험에서 보호받는 것이기도 한 셈입니다.
사실 신앙이라는 것 자체가 보이지 않는 영역에 근거합니다. 현세의 시각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 다만 계시의 진리가 우리에게 약속하는 것을 바탕으로 신앙을 생활화하는 것입니다. 먼 훗날, 우리는 세상의 감각을 벗어버리고 지금의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 들어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에 신앙은 그 감추어 두었던 빛을 발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러운 자기 옥좌에 앉게 되는 새 세상이 오면,
나를 따른 너희도 열두 옥좌에 앉아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심판할 것이다.
그리고 내 이름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아버지나 어머니,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모두 백 배로 받을 것이고
영원한 생명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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