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먹는 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세상 간단한 일입니다. 입에 집어넣고 씹으면 됩니다. 하지만 영혼의 빵은 어떻게 먹을까요? 여기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미사에 오면 빵을 줍니다. 물론 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할 정도로 작은 빵이지만 그건 현대의 사목 환경에 따라 변화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줄어든 것이고 옛날에는 정말 빵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사에 오면 배불리 빵을 먹기도 했습니다.
육체를 먹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습니다. 빵이 있으면 먹으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이 빵의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는 과거나 현대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영혼이 빵을 먹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배움이 필요한 일입니다.
빵은 입으로 먹는 것처럼 영혼도 외부에서 주어지는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입'의 역할을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믿음'이라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소식을 전할 때에 우리가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그가 하는 말 가운데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상대에 대해서 신뢰가 존재하는 사람, 즉 믿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것입니다. 이처럼 신뢰, 믿음은 상대가 전해 주려는 내적인 것을 받아들이게 하는 훌륭한 수용체, 즉 영혼의 입이 됩니다.
따라서 생명의 빵은 비록 우리의 몸에 달린 입으로 먹지만, 사실 영혼의 입으로 먹어야 하는 빵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야 하고 그분을 믿어야 하는 것입니다. 믿기 위해서는 그분과 친교를 쌓아야 하고 그분이 진실된 분이라는 것을 확인해 나가야 합니다. 바로 그 믿음이 영원한 생명의 빵을 먹게 만들고 우리에게 그 빵의 효과를 보게 만들어 줍니다.
현대에는 믿지 않는 이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빵을 아무리 먹어도 몸으로만 받아들여지고 영혼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교회가 갈수록 쇠퇴합니다. 교회의 위기는 세상의 구조적인 위기에 영향을 받지만, 사실 근본적으로 신앙의 위기라고 보아야 합니다. 박해 시절에는 도리어 신자가 늘어났으니까요. 그때에는 사람들이 영혼으로 생명의 빵을 받아들였고 그래서 그 힘으로 교회가 더 자라나게 된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주님의 빵을 먹습니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입니다. 하지만 이 빵을 먹기 위해서는 '믿음',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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