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간에게 주어진 계명은 하나 뿐이었습니다. 누구나 알아듣기 쉽게 쓰면 '너희는 하느님인 내 말을 들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선조는 바로 이 첫 계명을 어겼고 그 이후로 계명은 복잡성을 더해가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일상에서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엄마 말을 잘 듣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다른 것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점점 지력이 늘어가고 행동반경이 넓어지면서 이런 저런 것을 건드리면 그때부터 '하지 말라'는 것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더러운 손으로 밥 먹지 말아라.'
'전선은 건드리지 말아라.'
'공공장소에서 떠들지 말아라.'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지 말아라.'
아이들의 가능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하지 말라는 범주도 점점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할 수 있다고, 가능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해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할 수 있어도 해 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조심하라'라는 한 마디면 끝날 일들이 이런 것도 해 보고 싶고 저런 것도 해 보고 싶은 마음에 자꾸 세부 명령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같은 식으로 계명의 복잡성도 늘어납니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계명의 근본에는 동일한 의지가 숨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께서 명하시는 것을 잘 지키라'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도 우리 교회는 수많은 계명들이 있지만 그 계명의 근간은 동일합니다. 하느님의 뜻에 깨어있는 사람이 되면 사실 계명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훗날 영원 안에서 하느님은 '너는 미사 시간 몇 분에 도착했느냐?', '너는 금육일에 소고기가 들어간 국물을 떠먹었느냐?'와 같은 것으로 우리를 조목조목 비난하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은 이미 우리의 내면 속에 들어 있는 근원적인 의지를 알고 계시고 바로 그것으로 우리를 심판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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