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면 내 주임 신부 취임식이 있는 날이다.
이 직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이는 결코 높아지라는 초대가 아니라 낮아지라는 초대이며
사람들을 위에서 군림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발을 씻어주라는 초대이다.
하느님의 능력에 힘입어 모든 일을 해 나가고
사람들을 '내'가 아니라 '하느님'께로 이끌라는 것이다.
한 공동체의 책임있는 사람이 되어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보살피라는 것이다.
자신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로서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성령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면
그분에 힘입어 기꺼이 '네!'라고 외칠 수 있다.
나를 불러 당신 도구로 쓰시겠다는 분이 하시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가능할 테니까.
참으로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주로는 튼튼한 이들보다, 병들고 엇나간 이들이 많을 것이리라.
그것이 예수님이 바라셨던 일이기에
나 역시도 충분히 예상을 하고 살아가야 한다.
옳고 깨끗한 것만 찾다가는 아예 나 자신부터 청소해야 할 판이니까.
사람들의 의견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는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자기네 마음이 내키는 대로 말할 뿐이다.
많은 경우에 그들은 '진정한 성령의 활동'을 구분해 내기보다는
제 마음에 드는 것에 찬양하고, 제가 싫은 것에는 쌍수를 들고 반대한다.
몸은 낫고 싶은데 쓴 약은 거부하는 아이와 같다고나 할까?
기도하지 않고서는 배겨낼 수 없다.
늘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지 않는다면
금새 인간들의 그 소용돌이에 빠져 들게다.
밑도 끝도 없는 그 허망함의 의견들…
오늘은 왜 울지 않느냐 하고 다음 날에는 배시시 웃을 이들의 그 허무의 소용돌이.
그 가운데 묵묵히 한 걸음씩 나가
주님께서 마련하신 나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걸어가야지.
그 날의 고통은 그 날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
지레 겁먹지 말고, 오늘 하루 내 발걸음이나 신경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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