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참으로 높으신 분하고의 첫 대면에 인사말을 뭘로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괜찮아, 하던 대로 해. 난 자연스러운 게 좋으니깐. 반가워. 잘 지냈어?
네, 덕분에... ㅎㅎㅎ 사실 잘 못 지냈어요. 요새 한동안 맘이 붕 떠 있는 것 같아서.
-저런, 그거 별로 안 좋은 징조인데.
네에? 왜요? 아니지 참, 지금은 제 상담이 아니라 하느님하고 인터뷰하는 자리예요.
-그런가? 그럼 그 문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지. 그래 궁금한 게 뭔가?
하하, 수도 없습니다. 뭐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는 없고 몇가지만 여쭈어 볼께요. 사람들이 하느님이 계신지 안 계신지 어떻게 아냐고 물어요.
-그래, 그런 녀석들이 있다는 건 내 익히 알고 있었어. 가만히 지켜보는 중이야. 생각해봐 내가 정말 그네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둘 중 하나일거야. 자기 눈을 의심하던지, 아니면 놀라 까무러치던지. 후자 쪽이 더 가깝겠지. 그리곤 스스로 정신병동에 들어가던지 아니면 계속 헛소리를 해대다가 다른 이들이 그 사람을 정신병동에 넣던지 둘 중 하나일걸? 하하하. 그래서 난 충격요법은 안쓰려구. 그저 조용할 때 한마디씩 건네지. 그 수신기를 하나씩 맘 속에 넣어 뒀는데. 뭐 요새 스마트폰 다들 들고 다니더만, 그거 사실은 내가 먼저 개발한거야. '양심'이라는거지. 내가 신호 보내면 심장하고 연결되서 작동하는데. 선한 일 하면 기분 좋은 느낌이 들게 만들고 악한 일에는 꺼림칙하게 느끼도록 만들어 놨지. 근데 요새 세상이 너무 영악해져서 거기에 신경쓰지 못하게 다른 데로 주의를 자꾸 돌려서 사람들이 자기 마음이 뭘 느끼는지도 모르고 세상이 가라는 데로 자꾸만 갈려고 해서 걱정이야. 뭐 어쨌건, 내가 있는가 없는가를 따져보려는 사람이 있는데, 그 앞에다가 내가 있다고 고함 지를 것도 없고 그냥 지켜보는 게 상책이야.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은 알아서 나를 찾게 되어 있으니까 말야. 그저 내가 있다는 신호만 보내줘.
흥미로운 생각이네요. 양심 스마트폰이라. '내가 있다는 신호'라고 하셨는데 그건 어떻게 보내는 건가요?
-사랑하면서 사는거지. 내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삶의 태도야. '사랑하는 삶' 이거 흉내는 낼 수 있어도 아무나 할 수 없는거지. 이거 내 전매특허야.
사랑하는 삶을 흉내내는 건 뭐죠?
-뭔가 다른 꿍꿍이로 누군가에게 잘 해 주는거지. 뭔가를 얻어낼려고 말야. 요즘 그런 인간들이 많아. 사랑은 쥐뿔도 없으면서 생글거리는 얼굴로 다가가서 잘 해주긴 하는데 속이 시커메. 거짓 예언자인 셈이지. 조심해.
그렇군요. 조심해야겠네요. 다시 본 줄기로 돌아와서, 하느님이 에너지라면서 그분은 원의 같은 게 없고 그저 조용히 존재할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렇게 보일수도 있지. 사실 내가 전면에 나서지는 않으니까, 나서고 싶지도 않고. 하지만 나를 그런 하찮은 미물로 전락시키다니 너무하잖아. 자기들은 돌보다 인간이 낫다고 생각하면서 왜 나는 그딴 에너지에 비유하고 그런데? 나도 내 의지가 있어. 때로는 이런 내 의지를 특별히 선택한 도구를 통해서 드러내기도 하지. 내 아들내미 다들 봤잖아. '예수'라고. 아들내미가 다 이야기 했는데도 인간들이 도무지 받아들이지를 않더만. 아니 아예 듣지를 않더라구. 예수가 하는 말을 알아 들으랬더니, 요새는 예수 얼굴이 어떤가를 찾고 있더만. 그거 보고 나도 참 많이 웃었네. 무슨 산적 같은 얼굴 하나를 우리 아들내미 얼굴이라며 고고학적 자료에 의해서 나온 거래지? 물질세계의 법칙을 탐구하는 과학이 교만해지기 시작할 때부터 알아보긴 했지만, 요새 하는 짓들은 거의 코메디 수준이야. 심해에 들어가서 별을 찾으려는 꼴이라니깐.
세상을 왜 창조하신건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왜긴 왜야, 내가 좋은 걸 가지고 있는데 나누고 싶어서 그랬지. 내가 가진 이 '사랑'이라는 게 나누지 않고 살아있지 않으면 죽어 버리고 의미를 잃어 버리거든. 그래서 '창조'를 시작했고 '인간'을 만들었지.
아, 창조와 진화도 다투고 있는 건 아시죠?
-그건 말할 가치도 없어. 내가 다 만든 건 사실이야. 몇몇 열성적이고 어리석은 신학자들이 첫째날 둘째날은 시간으로 계산해서는 7일만에 창조가 다 되었다고 우겨대다가 진화론에 매진하는 과학자들에게 병신소리 듣고 있는 거잖아. 그건 초등학생도 아니란 건 알겠다. 내가 모두를 창조했어. 그리고 그 안에 진화의 메커니즘도 넣어뒀어. 너희라고 영원히 그 모습일 줄 알아? 이제 너희들이 문명으로 더럽히고 바꿔놓은 자연환경 때문에 너희들 겉모습도 계속 바뀔거야. 피부는 더 거칠어지고, 점막은 더 깊숙이 숨어 들어가겠지. 껍데기가 뭐가 중요해, 내가 인간들 안에 집어넣은 모상은 지금의 그 형상이 아니고 '영혼'인데 왜 서로들 껍데기 때문에 싸우는건지.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 사는 '외계인'은 있나요? 혹시 있다면 그들의 영혼은 어떻게 되는거죠?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하도록 해. 지금 자기 앞가림도 잘 못하면서 외계의 생명체와 그 영혼은 왜 걱정하고 앉았데? 내가 다른 은하에 그걸 준비하고 있을 수도, 그렇지 않고 인간들이 유일한 존재일수도 있겠지만, 막말로 지금 스스로의 영혼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걱정하는 게 차라리 나아.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자신의 공동체만 해도 사랑하고 도와야 할 문제가 까마득한데 이웃별 외계인 영혼까지 미리 걱정하겠다는건가? 그건 오바야. 그 영역은 과학자들의 기술력의 발전에 맡겨 두라구. 내가 이미 생각해 둔 게 있으니까. 혹시 알아 너희들이 외계 생명체의 선구자가 될지? 앞으로의 일은 앞으로에 맡겨두고 지금 할 수 있는 거나 열심히 하는 게 좋아.
그런가요. 뭔가 명확히 대답해 주시지 않으시는군요?
-그래 대답 유보다. 내 의도는 충분히 알아 들었으리라 생각한다. 나를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이나 해라. 다음.
요즘의 사람들의 행보에 대해서 특별히 생각하시는 바가 있으신지요?
-똑같아. 예나 지금이나. 거의 변한 게 없어. 먼저 인간들이 엇나가고, 나는 예언자를 보내지, 그러면 그 중에 돌아올 놈은 돌아오고 말 놈은 마는거야. 내가 집중하는 애들은 돌아오기 싫어하는 애들인데. 더 웃긴건, 그네들 중의 일부는 지가 내 품에 있다고 자만하는 거야. 환장할 노릇이지. 지네들이 제일 엇나간 주제에 말야.
무슨 말씀이신지요?
-예전부터 그랬어. 바리사이들 알지? 율법학자들이랑. 걔네들은 자기들이 내 가장 가까이 있는 줄 알아. 머리에 한가득 법률지식만 가득 채워서는... 열심히 살긴 하더마는, 나는 그렇게 살라고 강요한 적 없어. 지들이 나를 섬기려면 그래야 하는 줄 착각한거지. 처음부터 이야기하지만 나는 '자연스러운' 게 좋아.
'자연스럽다'는 건 무슨 의미신가요?
-'자연스럽다'는 건, 생긴대로 사는거지. 난 말이지, 세상을 다채롭게 꾸미고 싶었어. 그래서 이런 색도 저런 색도 넣은 그림을 그리는거야. 누구는 감성이 풍부해서 이런 저런 것들을 꾸미는 걸 좋아하지? 또 누구는 이성적으로 잘 갖춰져 있어서 이런 저런 것들을 잘 정리해. 각자의 자리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면 되는거야. 방향은 나를 향해 가르치되 그 방식은 각자의 삶의 자리를 존중해야지. 근데 붕어에게 나무를 타라고 하고 원숭이에게 수영을 하라고 가르치는 인간들이 있어. 자기가 걷는 길이 '정도'라고 우기면서 다른 사람이 그 길에 따라 걷지 않는다고 다그치는 사람들 있잖아 왜. 우리 아들내미 있을 때는 마르타가 그러더만, 유다도 그랬고. 지 맘에 안든다고 한 년은 지 사랑하는 동생 고자질하고, 한 놈은 내 아들내미 팔아 넘겼지. 아,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움은 그저 동물적인 본성에만 머무는 건 아냐. '영혼'의 자연스러움도 잊지 말아야 하지. 거기에 '사랑'이 있는거야. '영혼'을 지닌 인간은 '사랑'을 해야 자연스러워. 그 '사랑' 때문에 때로는 동물적 본성을 뛰어넘어야 할 때도 있는거야. 동물은 보호본능이라는 게 있잖아? 누가 때리면 당연히 경계를 갖추고 공격할 태세를 갖춰야 하는 게 동물로서는 맞지. 하지만 '영혼'을 지닌 인간에게는 그런 상황이라도 다시 한 번 상대를 '용서'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거야. 근데, 이걸 몰라. 요즘 인생 비법 책들이 많이 나오는데,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은 많이 다뤄도 '용서'하라는 건 없어. 안타까워. 사람의 이성이라는 것도 '영혼'에 복종해야 하는건데, 이성적으로 합당하면 끝난다고 생각해 버린다니까. 내가 바라는 인간의 자연스러움은 때로는 이성을 넘어서는 건데.
그래서 때로 이해못할 사람들이 역사 안에 있었던 거군요.
-그렇지. 우리 아들내미부터 이해 못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냐. 능력이 있다면서 왜 죽냐고 물어. 하하하. 평생가도 이해 못할거다. 그네들은 '사랑'을 몰라. 가슴 저려가며 나를 미워하는 상대를 끌어앉는 그 사랑. 그네들은 모르는거야. 이성의 칼을 벼리고는 상대의 허점을 노리지. 하지만 훗날 그 칼에 자기가 찔려 버리고 말걸? 그 수많은 순교자들을 봐. 세상에 제일 중한게 목숨인데 나 때문에 그걸 버렸지. 이걸 누가 이해를 하나? 뭐 그네들 지금 내 정원에서 잘 쉬고 있어. 가끔씩 세상 사람들 중에 그네들 기억하고 이런 저런 청을 자꾸 올리는데 그네들 아주 기쁘게 일을 하고 있지. 세상에서 당하던 거에 비하면 내 정원에서 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거덩. 이건 뭐 히말라야 등반하던 사람에게 뒷산 올라가라는 거하고 같은 셈이지. 거기다 내 정원에서는 모두들 서로 도와주니까 부족한 게 없어.
당신 정원요? 어디 있나요?
-이 양반아. 똑똑한 줄 알았더니 무슨 갑자기 멍청한 질문이야? 어딜 거 같에? 북극? 남극? 시간과 공간도 내가 만든 거 몰라? 일단 죽어봐, 그럼 알게되. 하하 농담이고. 공간이라는 건, 이 짧은 생애 동안 쓰라고 준 개념이야. 하긴 이 인터뷰 자체가 공간과 시간 안에서 이루어지니까 어떻게 그걸 이해하겠어? 기다려보라구, 색다른 세계가 펼쳐질테니까말야.
머리가 복잡해지는 느낌이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제 이해력의 한계를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 친구. 담에 또 봅세. 담에는 좀 더 본론에 가까운 질문들을 가지고 오라구. 그냥 사람들이 호기심 가질만한 거 말고 말야.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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