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판, 한 무리의 양떼가 있었다.
날은 추웠고 양들은 서로서로 모여 추위를 견뎌내고 있었다.
풀은 메말랐고 양들의 신경은 곤두서 있었다.
어느 양이 질문을 던졌다.
'우린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무리 가운데 조금 머리가 뛰어나다는 양이 나름 궁리를 했다.
순번을 짜서 돌아가며 바람을 막고, 남은 풀밭의 풀들을 공평하게 나누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양들 가운데에서 힘이 있다는 양들이 풀을 독차지하려 했고,
힘 없는 양들만 매번 바람 앞에 맞서야 했다.
예견된 일이었다.
주변엔 늘 늑대가 도사리고 있으면서 기회를 노렸다.
몇몇 양들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것들을 풀이라고 생각하며 무리에서 떨어져나갔고,
매번 늑대들은 포식을 했다.
지혜 있는 양은 생각했다.
'우리들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겠구나.
우리에겐 우리를 이끌어 줄 목자가 필요하다.'
사실 예전엔 목자가 있었다.
목자는 늘 길을 알고 있었고, 양들을 이끌었다.
하지만 양들은 늘 불평불만이 가득했고,
어느날엔가는 목자를 쫓아내 버렸던 것이다.
나이가 많은 양들은 이걸 알고 있었다.
'목자를 찾아야겠구나'
지혜 있는 양은, 무리 가운데에서 다른 지혜있는 양을 찾았다.
똑똑함은 필요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지혜가 필요했다.
그들은 작은 무리를 이루어서 목자를 찾으러 나갔다.
사실 목자는 멀리 있지 않았다.
목자는 멀찍이 떨어져서 늘 양 무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목자는 따로 떨어져 나온 무리가 자신을 찾는다는 것을 알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풀을 나누어주면서 힘을 북돋아 주고는 그들에게 말했다.
'돌아가서 모두를 데리고 오너라. 저들은 나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으니 너희가 가서 설득하거라. 저대로 가다가는 모두가 굶어죽고 말게다.'
지혜 있는 양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자신의 무리를 끌고 돌아갔다.
지혜 있는 양의 말을 들은 무리는 무슨 소릴 하는지 이해하지를 못했다.
'목자라니? 우리 사이에 그런 존재가 있었단 말야?'
이런 불신은 나이가 많은 양들에 의해 더욱 짙어졌다.
나이가 많은 양들은 자신들이 가진 경험으로 우두머리 역할을 맡고 있었고,
적은 힘으로 더 많은 풀을 얻어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목자가 돌아와 다시 그들을 재촉해 길을 나서는 것이 지긋지긋했다.
그냥 편하게 있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은... 목자의 존재를 부정했다.
하지만 지혜 있는 양의 끈질긴 설득에 양들이 한 마리, 두 마리씩
목자를 찾아가기위해 나서기 시작했고,
어느덧 그 무리는 적잖이 커지기 시작했다.
벌판, 한 무리의 양떼가 있었다.
날은 추웠고 양들은 서로서로 모여 추위를 견뎌내고 있었다.
풀은 메말랐고 양들의 신경은 곤두서 있었지만,
그 안에는 '희망'이 커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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