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미미하다.
일어나서 씻고 아침을 먹고 오전을 보내고 점심을 먹고, 잠시 쉬고, 오후를 보내고 저녁을 먹고, 좀 쉬다가 씻고 잠자리에 든다.
이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사람은 크게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특수한 상황(감옥, 군대, 신학교?)에 있는 사람은 제외하자.
이 삶의 순환 고리 가운데 일들이 일어난다.
어찌보면 생이라는 큰 테두리 속에 지극히 미미한 사건들이다.
누군가 미쳐버릴 정도로 무언가 확 바뀌는 일은 쉽사리 일어나지 않는다.
어딘가에 이민을 가거나 아주 멀리 여행을 가서 환경을 180도로 바꾸지 않는 이상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일상이 반복된다.
헌데 큰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벌어지긴 한다.
예컨대 어느 집에 놀러갔다가 화병을 깨었는데 그게 국보급이라 수억을 호가하는 화병이었다.
젠장... 화병 하나 깨었을 뿐인데...
사실은 그렇다.
화병 하나 깨었을 뿐이다.
문제는 그 화병에 한 사람의 '생각과 집착'이 엄청나게 연결되어 있어서 그렇다.
그 주인은 그 화병이 '화병'이 아니다.
그 주인에게 그 화병은 자신이 생을 던져 이루어놓은 재물과 권력을 상징하는 일종의 '상징물'이다.
사실 그 화병과 똑같이 생긴 모조품을 거기다 가져다 놓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이 해 놓으면,
그 주인은 그 화병이 그대로 있다고 믿고 몇 년이고 그냥 지낼거다.
우리의 삶은 단순하다.
하지만 우리가 그 삶의 곳곳에 '의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삶이 복잡 다단해지는 느낌이다.
'전례'가 조금 틀렸다(사실 전례가 틀린 건 아니고, 전례 예식 중에 구체적인 사물이 조금 뒤바뀌었다고, 뭐가 부족하다고)고 화내는 신부님들 본 적 있는가?
이 경우에 그 사제들은 이 '전례'가 단순한 '예식'이 아니라 자신들의 '지식과 위신을 드러내는 수단'이라는 '생각과 집착'을 거기다 새겨놓은 셈이다.
물론 '전례'를 하느님에 대한 간절한 사랑으로 소중히 하려는 이들도 있겠지만,
많은 이들은 하느님께서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이 아니라 자비'라고 하셨다는 걸 잊고 있다.
소박한 삶에 너무 많은 생각을 섞지 말자.
그게 돈이건 내가 하는 학업이건 모두 마찬가지다.
평생을 살 듯 계획을 하되, 내일 당장 모두 버리고 죽어 버릴 듯 오늘을 살자.
뭔가에 미칠듯이 빠지기보다는 조용히 차나 한 잔 하는 게 더 나을 때도 있는 법이다.
호 호 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