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단식할 수야 없지 않으냐?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는 단식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때에는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마르 2,19-20)
신부님, 이러이러한 경우에 금육을 지켜야 하나요?
미사는 언제부터 들어가면 늦는 건가요?
하루에 몇 번 성체를 모실 수 있지요?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이 단골로 묻곤 하는 질문입니다. 물론 이 밖에도 질문의 수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이런 다양한 질문들 안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워낙에 다양한 법규정 속에서 도대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다음의 질문들은 어떨까요?
하느님을 사랑해야 할까요, 그러지 말아야 할까요?
사람은 이웃에게 선을 행해야 할까요, 악을 행해야 할까요?
이와 같은 질문은 너무나도 쉽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정답이 쓰여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해야 마땅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사실 모든 법규와 계명은 바로 가장 근본 방향성에서부터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 근본 방향을 벗어나는 법규와 규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교회 안에는 하느님을 증오하기 위한 법이나 인간을 향한 사랑을 외면하는 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근본 방향에 합당한 것입니다.
단식이라는 규정은 그 순간에 합당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아들이 함께 머무는 동안, 즉 교회의 진정한 신랑이 교회와 함께 잔치에 머무는 동안은 거기에 초대받은 모든 이들은 기뻐 즐기는 것이 보다 우선적입니다. 이는 근본 방향에 대한 성찰을 통해서 도달할 수 있는 결론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말과 행동 안에서 이 근본 방향을 늘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모든 순간에 지침이 내려지기를 기다리다가는 아마 세상의 모든 책을 다 규정집으로 채우고도 종이가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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