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요한 2,5)
오늘 점심을 먹으면서 함께 여행 중인 친구에게 이렇게 운을 띄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인지 아니?”
그러자 그 친구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래서
“그건, 자기 의지에 반대되는 일이야.”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곧잘 넘어서지 못하는 장벽이 하나 있으니 바로 ‘의지를 봉헌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 앞에서 우리가 지닌 모든 것은 너무나도 초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완전하신 분이십니다. 그분에게는 거짓도 오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반면 우리들은 너무나 부족한 이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우리 자신 마저도 속이려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의 의지를 하느님의 손에 맡겨 드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너무나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의지가 동하면 무슨 일이든지 해 내고야 맙니다. 하지만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일을 하려고 하면 그것만큼 힘든 일이 없습니다. 헌데 오늘 성모님은 우리 모두에게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씀을 남기십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물론 성모님은 당신의 원의가 있으셨습니다. 그것은 포도주가 떨어진 잔치에 포도주를 마련하여 신랑과 신부가 실망하지 않게 하는 일이었고 기쁨이 이어지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결정은 온전히 하느님이신 아드님의 몫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결정은 아드님에게 맡기고 성모님은 언제라도 그 결정에 순명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모습 속에서 그 내면에 흐르는 움직임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복음의 이 장면에서 마치 성모님이 원하는 것을 마음껏 이룬 것처럼 인식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성모님은 엄청난 신뢰 안에서 당신의 의지를 내어놓긴 했지만 전적으로 하느님의 권능에 순명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성모님의 바람이 이루어졌지만 성모님은 당신의 의지를 온전히 봉헌하셔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의지를 아드님이 받아서 이루어 주신 것이었지요. 당신의 공생활을 시작하는 마당에 인간으로서의 어머니의 마지막 청을 들어주는 동시에 그 기적을 통해서 제자들에게 당신의 본질을 드러내신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차례입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원의를 지니고 있으며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시고 계실까요? 그리고 우리는 그분 앞에서 우리의 의지를 봉헌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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