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은 손에 칼도 들지 않고 그를 죽인 것이다. (1사무 17,50)
인간은 때가 되면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분명한 현실입니다. 다만 언제 어떻게 떠나느냐 하는 것이 서로 다를 뿐, 언젠가는 반드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죽음은 인간에게 예비된 현실입니다. 그 누구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부유하고 힘있는 이들은 자신의 죽음을 늦추기 위해서 애를 씁니다. 그들은 언제나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하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자신의 힘과 재력이 자신의 생명을 유지해 줄 듯이 착각하면서 살다가 죽음으로 생명을 빼앗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죽음은 곧 재앙입니다. 그들에게는 삶, 특히 편안하고 안락한 삶이 삶의 핵심입니다.
반면 가난한 이들에게는 죽음은 동반자가 됩니다. 그들에게는 기댈 것이 없기 때문에 죽음을 수용하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그들은 죽음 너머를 준비하고 살아갑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자신보다 더 가난한 이를 돕고 베풀줄 아는 이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부유한 이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움켜쥐는 동안 가난한 이들에게는 하늘에 재물이 쌓이는 것입니다.
다윗은 하느님에게 기대는 이의 상징이고 골리앗은 세상의 힘에 기대는 이의 상징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 둘이 맞붙었을 때에 결국 이기는 것은 하느님에게 기대는 이들입니다. 이들의 승리는 권력을 상징하는 ‘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은 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내어 맡기기 때문에 승리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승리는 현실 안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현실 안에서, 즉 이 세상 안에서는 골리앗이 늘 이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합니다. 힘있고 권력있는 이들은 가난한 이들에게서 착취한 것으로 자신의 배를 불립니다. 그리고 떵떵거리며 살아가고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더욱 착취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또다른 현실, 즉 영원의 현실 안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드러납니다. 꼴찌는 첫째가 될 것이고, 첫째는 꼴찌가 될 것입니다. 가난하고 비천한 이들은 들어높여지고 부유하고 교만한 이들은 바닥에 내동댕이 쳐질 것입니다. 그들은 거기에서 가슴을 치며 이를 갈겠지만 어쩔 도리는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힘을 기다릴 줄도 몰랐고, 이웃을 사랑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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