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십시오, 저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 (마르 2,24)
가톨릭 신자들에게 주일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 날일까요? 주일은 주님의 날이고 거룩한 날입니다. 그래서 거룩하게 보내야 하는 날이지요. 헌데 이 거룩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미사를 참례하는 것은 거룩한 행위일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마 아닐 수도 있다는 표현에 몇몇 분들은 반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사는 무조건 거룩한 행위이니까요. 그렇습니다. 미사는 거룩한 행위입니다. 하지만 미사에 참례하는 이에 따라서 각자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미사는 거룩한 행위가 아닙니다. 수업에 온다고 모두가 배우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배울 마음이 있어서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정말 오기 싫은데 억지로 와서는 과자나 몰래 먹고 만화책이나 보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 아이는 수업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아이가 되는 것이지요.
반면 전혀 거룩해 보이지 않는 일을 하는 것도 전혀 다른 의미일 수 있습니다. 어느 신자인 며느리가 주일에 가정의 평화와 사랑을 위해서 불교 신자이며 거동이 불편하신 나이 드신 시어머니를 모시고 절에 다녀 오면서 마음 속으로 하느님을 향한 사랑으로 열심히 대송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바친다면 하느님은 그 며느리를 벌하시기는 커녕 오히려 칭찬하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며느리 안에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 외적인 행위로 감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안식일에는 밀밭에서 이삭을 뜯어 먹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굶주려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따라다니며 굶주림을 참아 견디는 제자들에게 먹을 것을 먹이고 싶은 사랑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리사이들은 그들에게서 꼬투리를 잡아 비난하고 고소할 마음 뿐이었습니다. 진정으로 안식일을 지킨 이들은 예수님과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리사이들은 안식일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내면의 생각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지키는 주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일 미사만 다녀와서 진탕 술을 퍼마시러 돌아다니는 청년들, 충분히 여유롭게 살면서도 주일에도 여전히 돈을 벌 궁리를 하는 장사꾼들, 성당에서 중요한 직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주일에 만나는 이들을 속으로 증오하는 이들은 전혀 주일을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주일에는 주님께서 바라시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일의 근본에는 사랑이 깃들어 있어야 합니다. 주일에 해야 하는 일은 사랑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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