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네가 깨끗해진 것과 관련하여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마르 1,44)
예수님은 당신이 활동하실 때에 있던 교회와 교계제도를 싸그리 무시하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였습니다. 그분은 하느님으로부터 이루어진 믿음의 무리와 그들의 관습, 그리고 그들 안에서 뽑힌 하느님의 사제들을 존중하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합당하게 해야 할 것을 하지 말라고 하신 적이 없고 오히려 그렇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내면의 보다 중요한 계명에 순종하셨지요. 성전에서 상인들을 내쫓으신 일이나,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 학자들 앞에서 진리를 가르치실때 만큼은 당신은 보다 높은 권위에 순종하신 셈입니다.
오늘날 걸핏하면 교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리곤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 비판이 무엇에 방향지워져 있는 것인지 올바로 분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단순히 반항하는 마음으로 그리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보다 높은 하느님의 권위에 기대에 교회를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서 그리 하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사적 계시가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그것이 특히나 자신에게 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그 이유는 정말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에게서 은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런 특권을 얻은 것을 자랑하고 사람들로부터 신임을 얻기 위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진정으로 사적 계시를 접한 이들은 함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예수님께서도 바라시는 일입니다. 그들은 다만 사제에게 가서 자신이 개인적으로 체험한 것에 대해서 상담을 하고 합당한 지시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이들은 아주 사소한 체험을 주변에 퍼뜨리기 일쑤입니다. 장미향을 맡았다느니 꿈에 뭔가를 보았다느니 하는 말을 쉴 새 없이 떠들고 다니는 것이 일반이지요. 행여 주변에서 그런 이들을 만나면 ‘그러려니’ 하고 들으시고 큰 중요성을 두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은 당신 사랑으로 기적을 일으켜 주셨고 오늘날에도 당신의 사랑으로 사람들에게 기꺼이 은총을 베풀곤 하십니다. 그런 은총을 입은 사람들은 입을 다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하느님의 일을 해야 합니다. 기적의 신기함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참된 신앙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에 우리는 너무나도 참을성이 없고 공연히 호기심만 가득한 사람들을 끌어모아서 결국에는 예수님을 피신하게 만들어 버리곤 합니다. 예수님은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신앙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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